현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감사로 주목을 받았던 올 국회 국정감사가 5일 청와대 비서실 등에 대한 감사를 끝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민생과 정책 등 국정 전반을 감시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는 실종된 채, 12월 대선을 겨냥한 각 당의 폭로전과 정치공세로 시종 얼룩졌다는 지적이 많다.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및 김대업(金大業)씨 테이프 조작 여부, '4억 달러 대북 비밀 지원설'을 비롯한 현대와 정부간 커넥션 의혹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면책특권을 이용, 무한 공방을 벌이면서 국감을 '여야 정쟁 축소판'으로 전락시키고 나아가 향후 정국대치 상황까지 초래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병풍(兵風) 공방을 둘러싸고 지난 달 17일 국방부 감사 도중 벌어진 국방위 하순봉(河舜鳳·한나라), 천용택(千容宅·민주) 의원의 막말 추태 및 육탄전은 '저질 국감'의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 대표로서의 품격이나 정책 경쟁은 팽개친 채 사생결단식의 대선 승리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또 서울지검과 대검에 대한 법사위 감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검증되지 않은 제 3자의 전언을 근거로 각각 '김대업-청와대-민주당-검찰간 정치공작 커넥션' 및 '이 후보 차남 병역면제 과정에서의 3,000만원 제공설'을 터뜨리는 등 한건주의에 치중, 눈총을 받았다. 정보위는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정보위원 보임 문제를 놓고 양 당이 감정싸움을 계속, 1994년 정보위 설치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 등 소관부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 못해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무위, 재경위 등도 주요 정책방향 및 성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등 본연의 업무는 뒷전인 채 4억 달러 대북 지원설에 대한 '이전투구'식 정쟁에 휘말려 빈축을 샀다.
이밖에 지나친 중복감사로 인한 효율성 저하 및 일부 의원들의 불출석 등 무성의한 태도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시민단체들은 "국정감사가 정쟁보다는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감사로 바뀌어야 한다"며 "실효성을 높이려면 사후적 감시보다는 예방적·상시적 감사체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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