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미안할 때가 많아 이 일을 놓아야 하지 않을까 늘 고민입니다."한국복지재단이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모아 매달 내는 잡지 '사과나무'의 편집팀장인 임지희(林芝姬·32)씨와 유일한 팀원인 오민정(吳旼靜·28)씨.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하는 '그가 아름다운 이유'라는 코너를 꼬박 만 3년 동안 맡고 있는 이들은 그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임씨는 최근 11월호에 실을 전주의 한 40대 택시기사를 만났다. 그는 매일 점심 값을 모아 이웃을 도와 온 숨은 봉사자. 임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고, 꼬박꼬박 밥 챙겨먹고 차 마시는 '호사(豪奢)'가 죄스러웠다"고 말했다. 봉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은 주로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면 스스로 먼저 손을 걷어 부치기도 하고, 음지에서 부대끼며 서로 돕는 아름다운 삶에 눈시울을 붉힐 때도 있다. 오씨는 "도시 빈민들이 모여 사는 영등포 '쪽방촌'의 실상과 거기서 가족과 함께 수 십년째 봉사의 삶을 살고 계신 한 목사님을 만났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임씨 등이 엄청난 자기희생을 감내하는 '특별한' 사람들만 좇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씨는 "매스컴을 통해 화려한 조명은 못 받지만 충분히 본받을 만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며 "그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량배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취객을 병원에 옮겨놓고, 신원도 밝히지 않은 채 병원비까지 내고 간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남긴 유일한 단서는 흔치 않은 고급차를 탄다는 것이었죠. 취객의 아들이 그를 찾는 글을 인터넷 '엘란동호회'에 올리면서 알려지게 된 미담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남들이 달라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데, 3년이 다 되도록 나는 왜 달라지지 못하는 지 모르겠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찾아 그 마음을 전하는 일은 아름다운 눈과 마음이 없이는 못할 일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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