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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 하이/30분정도 달리면 황홀감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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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 하이/30분정도 달리면 황홀감 느껴져요

입력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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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흔히 달리기는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약'이라고 한다.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너무 단순해 웬만한 의지 없이는 계속하기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는 달리기의 매력과 효과를 오해한 것이다. 시월 상달, 가을의 정취를 온 몸에 담으며 공원이나 거리를 힘차게 달려보자.▶달리면 행복해져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30분 정도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어디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에 대해 혹자는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하고, 혹자는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이런 기분을 스포츠의학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또는 '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하며, 헤로인이나 모르핀 등 마약을 투약했을 때 느끼는 의식상태나 행복감과 흡사하다고 한다.

이 용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맨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사용됐다. 맨델은 러너스 하이에 대해 '30분 가량 계속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면서 리듬감이 생긴다. 그리고 나서 곧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야릇한 시간'이 온다. 주위는 굉장히 밝고 색깔이 아름답고…몸이 세상에서 분리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만족감이 몸 속 깊은 곳에서 넘쳐난다.'고 표현했다.

맨델의 논문이 발표된 후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 운동 시간과 강도, 방법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또 뇌 속의 화학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밝혀내 행복감의 매커니즘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일부 학자는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화학적 전달물질인 오피오이드 펩티드에 주목한다. 운동을 하면 오피오이드 펩티드가 다량 분비되면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피오이드 펩티드는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과 구조와 기능이 매우 흡사한 물질이다.

또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화학물질인 모노아민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운동을 하면 대표적인 모노아민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농도가 흐려지면서 우울증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달릴까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코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의학자들은 헬스클럽의 러닝머신이나 아스팔트 포장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으나 가급적 불쾌한 장소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숲길, 둔치 등 쾌적한 환경에서 달릴 때 몸속의 생물학적 반응이 제대로 나타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 속도는 조금 힘겹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느리거나 빠르면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평소 심장박동수가 낮은 사람이라도 1분에 120회 이상은 되어야 한다. 또 개인별로 다르지만 보통은 30분 이상 꾸준히 달려야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다. 초보자가 처음부터 기쁨을 얻기 위해 달리는 것은 금물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가슴에 통증오면 뛰지 마세요

가볍게 뛰는것만으로 가슴에 통증이 생기거나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 부정맥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있는 사람, 또는 심한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달리기를 삼가해야한다. 중증비만, 심한 빈혈, 운동을 하면 천식발작을 하는

운동 유발성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은 달리기가 좋다고 무작정 뛰다가 가슴 통증, 메스꺼움, 두통, 호흡곤란, 현기증 등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 쓰러져 골절상을 입을 수도 있다.

반면 가벼운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관절염 환자들은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게 꾸준히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에 좋다. 이런 사람들은 혈액검사, 심장·폐 기능검사, 초음파 검사, 혈압 등과 운동 부하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 처방을 받고 달려야 한다.

●달리기와 부상

달리기를 너무 오래 하거나 잘못하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안하느니보다 못하게 된다.

가장 흔한 것이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은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으로,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아치(발바닥에 움푹 패인 부분)를 받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족저근막 중 발뒤꿈치뼈와 이어지는 부위는 염증이 생기기 쉽다. 마라토너 이봉주나 황영주 선수는 이 질환 때문에 수술까지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가 아프거나,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이 생기면 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증상들은 조금씩 걷기 시작한 뒤에는 없어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발을 디디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건염'도 달리기 후유증의 하나. 부위가 붓거나 빨갛게 되고 화끈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상처조직이 부딪치면서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런 부상이 생기면 당분간 달리기를 중단하고 하루 2∼3회 15분 정도 얼음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금방 다시 운동을 하면 순간적으로 통증이 사라질 수 있으나 이는 병을 더 키울 뿐이다.

족저근막염 등 달리기 후유증은 증세가 가벼우면 1∼2주 안정을 취하고 아스피린 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쉽게 낫는다. 그러나 만성일 때는 연습량을 줄이고 족저근막과 종아리 부위를 꾸준히 스트레칭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안한 것이 '골프공 스트레칭'과 '노르딕 운동'이다. 골프공 스트레칭은 발가락 밑에 골프공을 놓고 발바닥 앞뒤로 오가도록 밟아 미는 운동이다. 통증을 느낄 정도로 충분한 압력을 가해 스트레칭한다. 골프공 대신 찬 음료수 캔을 바닥에 대고 앞뒤로 굴리는 방법도 있다.

노르딕 운동은 아픈 발만으로 딛고 서서 양팔을 앞뒤로 흔들어주는 것이다. 하루 100회 정도 반복 실시하면 발목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이 밖에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운동도 하루 100회 가량 반복 실시하면 효과가 있다. 벽에 손을 대고 아픈 발을 어깨 너비만큼 뒤로 뺀 뒤 앞발을 약간 구부리면서 몸을 벽 쪽으로 밀듯이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권대익기자

<도움말=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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