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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친구여, 그대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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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친구여, 그대가 자랑스럽다"

입력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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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남자체조의 간판스타 김동화(26·울산중구청)와 김현일(26·조선체육대)이 4일 부산아시안게임 동반우승의 꿈을 마침내 이뤄냈다.전날 끝난 개인종합에서 28년만에 한국에 메달을 안겼지만 "내가 메달을 딴 것보다 현일이가 입상하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고 속내를 털어 놓은 김동화는 김현일이 이날 먼저 안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링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동반 금메달의 약속을 지켜냈다. 1976년생 동갑내기로 97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만나 이념의 장벽을 초월, 각별한 우정을 나눠온 김동화와 김현일. 둘은 지난달 24일 함께 훈련하며 도원결의를 했다. "현일아 너는 꼭 안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해." "나만 금메달을 따서는 안되지 동화야, 너도 링에서는 반드시 소원을 이뤄야 해."

김현일과 김동화는 97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서로 "동화야" "현일아"라고 부를만큼 형제이상의 각별한 관계였다. 하지만 김동화와 김현일은 번번이 국제무대에서 2인자에 머문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다. 김동화는 여홍철 이주형이라는 선배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고 김현일은 세계남자체조 안마의 1인자로 군림했던 배길수에게 밀려 항상 뒷전이었다. 이제는 둘다 남북의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다독거려야 하는 처지. 그러나 매번 국제대회에서 기대에 못미쳐 후배들 볼 낯이 없었다. 어찌보면 둘에게 사실상 마지막 국제무대가 될지도 모를 이번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둘은 보란 듯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차례로 시상대에 올라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으며 활짝 웃었다.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기까지 김동화에게는 남모르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어 감동이 더했다. 경남체고 2학년때 오른쪽 손목 골절을 방치하다가 상태가 악화해 골반뼈를 손목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단체전 때는 링 연기도중 오른쪽 이두박근이 파열돼 무려 6시간30분에 이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그의 눈은 어릴 때 약시 판정을 받아 콘택트렌즈를 착용해도 불편할 정도. 균형감각을 생명으로 하는 체조경기에서 치명적인 약점이었지만 불굴의 의지와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은 역경을 이겨내는 엔진과 같은 역할을 했다.

김현일은 안마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탄탄한 상체근력을 앞세워 북한 안마의 특징이기도 한 크고 선이 굵은 인상적 회전이 트레이드마크. 지난 6년간 북한대표선수로 활약하며 '제2의 배길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96년 세계선수권에서 4등을 한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항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김동화와 김현일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식 후 만나 얼싸안으면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고 새로운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부산=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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