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4일 국회 정무위의 금감위 국감에서 현 정권의 대북사업은 현대의 금강산 사업까지를 포함, 청와대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이 총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박 실장과, 한나라당이 현 정권의 대북밀사로 주장해 온 재일동포 2세 출신인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사장이 나눈 대화내용 등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로비설을 폭로할 당시 '국정원이 도청한 자료'라며 권력 실세들의 통화내역을 공개해 논란을 불렀으나 이날은 자료출처를 밝히지 않았다.정 의원에 따르면 박 실장이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이던 2001년 8월 9일 방한한 요시다씨에게 "육로관광, 경의선 개설,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이 해결되면 2∼3개월 뒤에 북에 2,4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요시다씨는 "북측과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건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이틀 뒤인 11일 요시다씨에게 "방북을 추진 중이나 북한 송호경(宋虎景)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연락이 없어 잘못되면 내 정치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북의 의중을 파악해 문건으로 송고해주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요시다씨는 "아태위에 연락해 가능한 정도까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박 실장은 또 같은 달 29일 요시다씨가 "9월에 방북, 육로관광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하자 "북한은 DJ 재임 중에 많은 것을 타결하는 것이 유리하니 나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면담희망 의사를 전해달라"라고 말했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정 의원은 두사람의 접촉경위와 관련, 2001년 6월1일 요시다씨가 현대아산 김고중(金高中) 베이징 지사장에게 "북측에서 박 수석에게 직접 전달할 중요사항이 있으므로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요청하고 김 지사장이 "급히 주선하겠다"고 말했다는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정 의원은 또 "2000년 3월9일 현대그룹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국정원 김보현(金保鉉) 3차장, 서영교(徐永敎) 5국장 등과 홍콩에서 송호경 부위원장을 만난 것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에 돈을 주기로 한 1차 접촉"이라며 "이어 3월17일 상하이에서 2차 접촉을 거쳐 4월 8일 베이징 접촉에서 돈을 주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김기만(金基萬) 청와대 부대변인을 통해 "베이징 회담 시 현대 관계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박 실장은 작년 하반기 요시다씨의 요청으로 서울에서 2차례 만난 적은 있으나 대북 거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부대변인은 "요시다씨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미지급금 2,400만 달러를 정부가 대납해 주거나 지급보증 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박 실장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거절했으며 이 돈은 지금까지 지불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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