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자 드스지엘스카 지음·이미애 옮김 우물이 있는 집 발행·1만1,000원히파티아(335∼415?)는 '신플라톤주의'를 완성한 고대 그리스의 여성 철학자이며 당대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서구에서 히파티아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성의 보통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는 결혼 후에도 저명한 남성들과 자유로운 연애적 교우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추앙받고 있으며 비기독교도인으로 키릴루스 대주교의 탄압에 맞서다 처참하게 살해당해 이교주의적 전사로서의 이미지도 얻고 있다.
국내에 히파티아를 처음 소개하는 마르자 드스지엘스카의 '히파티아'는 이처럼 서구 사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히파티아 바로보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그녀가 후대의 문학가와 역사가들에 의해 문학적으로 가공되었다고 보고 엄밀한 문헌 고증을 동원한다.
우선 저자는 히파티아를 서구적 미의 여신으로 신화화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알렉산드리아(현재의 이집트) 출신이기 때문에 라파엘이 그린 것처럼 그리스인의 외모를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가 살해된 나이는 알려진 것처럼 젊었을 때가 아니라 60세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히파티아가 자유연애를 구가했다는 것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저자는 그가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으며, 누구와도 연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죽음은 반기독교적 행동 때문이 아니었으며 정치권력간 다툼의 희생이었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 책을 통해 히파티아는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현실 속의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역사에 남을 위대한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아스클레피우스, 암모니우스 등 그리스 말기의 철학자들을 길러냈으며 신플라톤주의를 완성했다. 저자는 폴란드 야기엘로니안대의 고대 로마사 교수로 1995년에 이 책을 썼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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