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액세금체납·재산은닉 "꼼짝마"/市 "38세금기동팀" 출범 1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액세금체납·재산은닉 "꼼짝마"/市 "38세금기동팀" 출범 1년

입력
2002.10.05 00:00
0 0

"봉급생활자들이 더 이상 억울해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게 우리 팀의 각오입니다."서울시 세무운영과 윤기명(尹基明) '38세금기동팀'의 1팀장은 하루 일과를 사무실 천장에 걸려있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글귀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일 체납자들과 벌여야 하는 지겹고 힘든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38기동팀은 지난해 10월1일 출범한 고액체납 세금징수팀의 이름이다. 38은 국민의 납세의무 조항인 헌법38조를 원용한 것. 32명의 기동팀원 가운데 25명은 각 구청에서 파견 나온 '특별 탐정'들로 모두 세무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금융재산 추적, 공매, 채권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다.

기동팀은 개인별 혹은 2,3명이 한조가 돼 특별단속을 벌인다. 구청에서 전달 받은 500만원이상 체납자들의 자료를 분석하고 범인을 뒤쫓듯 체납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캐기 시작한다. 집 주변을 탐문해 혹시 다른 재산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기본. 체납자들의 상당수가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찾아낸 주거래 통장의 거래실적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렇듯 단서를 찾다 보면 한 건을 처리하는데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체납자들의 상당수는 아주 교묘한 수법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있다. 재산을 처자 명의로 빼돌려 놓고 "난 재산 없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 부도로 모든 재산을 탕진해 재산세 등 모두 7,200만원을 체납했다는 모 회사 사장의 경우, 뒷조사결과 가족들과 처제 명의의 54평 호화빌라에서 살고 있고, 부도직전 재산을 친인척에게 빼돌린 게 들통났다. 기동팀은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검찰고발 등의 압박을 가해 결국 밀린 세금을 받아냈다.

기동팀은 이러한 끈질긴 추적으로 지난 1년간 1,200억원의 고액체납을 정리하고 재산압류 등 강제행정조치로 3,500억원의 채권을 확보해내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기동팀의 수사방식에 체납자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다. 사무실로 하도 욕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녹음기까지 설치해야 했다. 폭력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 "어떤 이들은 검찰고발도 두려워하지 않더군요. '세금 내는 것은 내 맘이다' 라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이들을 보면 분통이 터집니다."

조세정의가 바로 서야 사회정의가 이뤄진다는 평범한 신념 하나로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윤 팀장은 "납세에 대한 국민의식이 아직 미약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