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다 도시 글, 그림·봉정하 옮김 바다어린이 발행·전5권 각권 8,000원'아프리카 초원의 친구들' 시리즈는 일본의 어린이 그림 작가 요시다 도시(1911∼1995)가 아프리카 대자연과 야생 동물의 생활상을 담아 낸 자연생태 그림책이다. 평생 동안 아프리카 대초원을 소재로 자연친화적인 작품을 그려온 요시다 도시는 말년작인 이 시리즈에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아프리카 초원과, 신비하면서도 냉혹한 자연법칙 아래 먹고 먹히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동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묘사한다.
전체 17권 중 이번에 나온 5권은 '엄마 잃은 아기 누' '누 가족의 힘든 여행' '스승 누의 승리' '치타의 공격에서 지켜낸 생명' '엄마와 아기 코뿔소의 사랑'이다.
책은 가뭄을 견디다 못해 물을 찾아 나선 누(소과의 초식동물) 무리의 고달픈 여정을 배경으로 아기 누를 보호하려는 엄마 누의 희생적인 사랑, 누 무리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스승 누의 처절하면서도 외로운 생존의 모습 등을 그리고 있다.
비가 계속 오지 않아 메마른 초원. 아기 누도 무리를 따라 난생 처음 여행길에 나선다. 아기 누는 갑자기 나타난 사자 떼의 습격으로 엄마와 헤어진다. 여행은 계속되고 누 무리 앞에는 깊은 강이 길을 가로막고 서 있다. 이미 강에 들어선 누들은 강 반대편 기슭 벼랑이 무너져 내려 강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오도가도 못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때, 사자들마저 다가온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누 가족의 여행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누 무리에는 항상 근엄한 얼굴의 스승 누가 앞장 선다. 스승 누는 하이에나 떼가 나타나자,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기 위해 혼자 방향을 바꿔 달리기도 한다.
어느덧 메말랐던 초원에 비가 내린다. 초원은 파릇파릇 돋아난 풀들로 시퍼렇게 뒤덮이고 동물들의 짝짓기도 시작된다. 이제 평화가 찾아온 것일까? 천만에.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법칙은 냉혹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치타들은 임신해 몸이 무거운 암컷 누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들이 힘을 합쳐 치타를 몰아낸다. 초원에는 새로운 생명이 무사히 태어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생기가 가득해진다.
책을 펼치면 좌우 양쪽면에 걸쳐 마치 파노라마식 구도처럼 길게 펼쳐져 있는 그림이 아프리카 초원의 장대함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목판화의 독특한 재질을 한껏 살린 그림은 육식동물의 공격 장면을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친구들' 시리즈는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 특별상, 프랑스 번역출판상 등을 수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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