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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빈 전격연행했나/中, 北에 "신의주 불만"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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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빈 전격연행했나/中, 北에 "신의주 불만"메시지?

입력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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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4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장관에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을 연행한 뒤 안가에 연금함에 따라 특구 개발과 楊 장관을 둘러싼 북중 간 갈등이 표면화했다. 이번 연행은 楊 장관 개인의 중국 실정법 위반 차원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특구 지정과 그의 임명 자체 등을 둘러싼 양국 차원의 불화에서 불거졌다는 것이 현지의 관측이다. 이는 楊 장관의 혐의가 풀리더라도 중국이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의주 특구 구상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현지 관측통들은 "이번 사건은 북한의 신의주 특구 개발 구상 전반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는 중국의 공식 메시지"라고 단언했다. 1994년 이래 선양(瀋陽) 다롄(大連) 장춘(長春) 등지에서 탈법적 수법으로 활동해 온 楊 장관이 특구 장관 임명 직후 새삼스럽게 탈세 혐의로 연행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사실 그간 중국측 불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최근 홍콩 당국은 "6월부터 그에 대한 보도통제 조치를 취했다"며 그가 요주의 인물임을 시사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楊 장관 임명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이로 미뤄 중국 당국은 오래 전 楊 장관과 김 위원장의 행적을 파악해 楊 장관 신상, 특구 지정에 관한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으며, 북측의 답신은 중국측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북한이 중국측과 신의주 특구 개발에 대해 협의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불만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특구 지정 문제, 楊 장관 신상 문제 등에 걸쳐있다는 게 정설이다. 중국은 북한이 최근 동해선, 경의선 연결사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경쟁시킨 뒤 러시아에 기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내심 못마땅한 표정이다. 여기에다 신의주가 단둥(丹東)과 선양 등으로 몰린 외자를 잠식하고, 중국 대륙 앞마당에 미국과 유럽 자본의 교두보가 생긴다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

또한 20여대의 고급 외제승용차와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다니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탈세와 불법을 일삼는 楊 장관을 대북 관계를 이유로 용서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연행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추진 중인 신흥 부호들의 부조리 척결과 연관된 해석이다. 물론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 수시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당국의 고유 권한인 신의주 무비자 입국 문제를 거론해 괘씸죄를 산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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