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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낙용前산은총재, 국감 일문일답/"서해교전 北화력보강에 잠못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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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낙용前산은총재, 국감 일문일답/"서해교전 北화력보강에 잠못이뤄"

입력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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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4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 국감에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며 '대북지원설'에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서해교전 때) 우리가 지원한 자금에 의해 우리의 장병들이 공격당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고민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개인적으론 산은 대출금의 대북지원 의혹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여야의원들과 엄 전총재의 일문일답.

―산은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의 당좌대출을 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관례로 볼 때 정상적 대출은 아니다."

―대북지원설을 가장 먼저 폭로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을 자주 만난 적이 있나.

"만난 건 사실이다. 종친 모임 같은 데서 만난 적은 있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엄 의원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가.

"지난 6월 서해 교전 후에 일부 신문을 통해 우리 함정을 공격한 적의 함정이 새로운 무기와 화력으로 보강된 함정이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과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

―우리가 북쪽에 지원한 자금으로 북한이 무장을 한 뒤 공격했다는 것인가.

"그런 화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할 텐데, 우리가 지원한 자금이 조금이라도 그런 용도로 쓰였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과 사전에 의논한 것 아닌가.

"당직자를 만난 적은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많이 알고 있다."

―현대상선 대출금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나.

"없다."

―그런데 근거도 없이 발언한 내용에 대해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나.

"현대가 북한에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바 없다."

―대출금 4,000억원이 서울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김충식 전사장 말대로 이 돈이 현대상선이 빌려간 돈이 아니라면 왜 갚겠나.

"현대상선은 법적으로 상환할 책임이 있다."

―김충식 사장을 만난 경위는.

"취임 직후 김충식 사장이 면담신청을 해서 만났다. '우리가 쓴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얘기를 김사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당시 정철조 부총재로부터도 비슷한 보고를 받은 바 있어 직전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의논했다. 이 위원장 역시 '상부에서 지시한 것이라 나도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상부지시에 대해서 아는 바 있나.

"(이근영 위원장으로부터) 당시 청와대 한실장(한광옥 비서실장)이 전화로 대출해주라고 한 것으로 들었다."

―국정원 사람도 만났다고 했는데. 무슨 얘기했나.

"당시 현대상선이 금강산사업을 했기 때문에 국정원에 알려주려고 했다. 대북담당을 하는 3차장을 만나 김충식사장의 얘기를 전했다. 은행으로선 아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알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청와대에서 이기호 수석 등과도 회의를 했다고 했는데.

"당시 회의는 이 사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전반을 의논하는 자리였다. 회의 말미에 현대상선 문제를 꺼냈더니 이기호 수석이 '알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

―김충식 사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하지만 김충식사장을 나중에도 여러 번 만났지만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거론하지는 않았다."

―산은 총재에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경질됐는데. 상부의 말을 잘 안 들어서 물러난 것 아닌가.

"임명권자의 요구에 잘 응하지 못하면 임명권자는 사표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총재 취임이후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상부의 지시를 받은 적 있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비정상적 대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총재 시절 4,000억원 당좌대출을 왜 5∼6차례나 연장해 주었나.

"현대가 부도나면 엄청난 파장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 담당 이사한테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처리하되 최대한 채권회수를 하라고 지시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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