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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실버출판에 관심을

입력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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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죽어도 좋아’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됐습니다. 이 영화는 노인의 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제한상영등급과 상관없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그러고 보니 2일이 노인의 날이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날이 있는지 조차 몰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7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9%나 됩니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것이지요. 2019년에는 그 비율이 14.4%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에 맞춰 정부는 노인의 소득을 보장하고 고용을 촉진하며 건강을 지키고 교육 및 문화여가를 확대하겠다는 종합대책을 최근 내놓기도 했습니다.

출판계도 실버출판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관심을 보였으며 올들어서는 ‘노년에 대하여’ ‘중년 이후’ ‘인생의 황혼에서’ ‘노년’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등을 한꺼번에 냈습니다. 5월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나이 듦에 대하여’란 특설코너를 마련, 노인에 대한 책을 모아 판매하는 기획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웃 일본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버출판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대왕생(大往生)’이나 ‘노인력(老人力)’처럼 노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책이 수백만부씩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합니다. 노인인구가 우리보다 많은데다 단행본 독자의 평균 연령이 50세 전후이니 실버출판이 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의 실버출판은 초보단계입니다. 노인문제를 다룬 책이 나와도 실제로 노인들이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젊은이들이 교양서 삼아 읽습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경제력이 매우 취약해 맘 편히 책 한 권 사 볼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데다 젊어서 책과 접하지 못해서인지, 설사 돈이 좀 있어도 선뜻 책을 사지는 않습니다. 출판계가 실버출판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면 우리나라의 실버출판도 상당히 활발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을 위해 활자체를 키우고 내용도 ‘품격’ 일변도에서 탈피, 실용서 등을 더 기획하는 등 지금부터 할 일이 많습니다. 물론 노인들의 경제력 향상이라는 사회적 과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흘러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서, 공원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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