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선상공연 보려면 다대포로 오세요."부산 아시안게임 북측 응원단 숙소인 만경봉-92호가 정박한 부산 다대포항 일대. 북한공비 침투라는 어두운 기억을 뒤로한 채 연일 남북화합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매일 밤 북측 '미녀 응원단'이 구경 온 시민들의 성원에 호응, 노래와 율동을 곁들인 선상공연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
'선상공연이 감동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부산 인근 지역 시민들까지 매일 수천 명이 몰려 다대포항은 인산인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묵, 음료수, 술 등을 파는 포장마차 수십 개가 들어서 떠들썩한 장터가 됐고, 응원단이 공연을 펼치는 오후 8시 무렵에는 주변 도로가 구경 온 시민들의 차량 때문에 마비될 정도다.
선상공연은 대부분 시민들의 끊임없는 구애에서 시작된다. 매일 밤 서울, 울산 등지에서 찾아온 통일운동단체 회원과 주민들이 우선 '우리의 소원', '우리는 하나' 등 남북의 노래를 부르며 북측의 관심을 끄는 것. "누나, 언니, 아가씨, 동무"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북측 응원단을 부르면 식사를 마친 응원단원이 뱃전에 나와 고운 목소리의 노래에 아리따운 몸짓을 곁들여 화답의 특별공연을 펼친다.
특히 응원단이 "통일", "우리는"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시민들이 "조국", "하나다"라고 따라 외치기 시작하면 '새로운 통일 명소' 다대포항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밤마다 돗자리를 들고 나와 구경한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 구정인(具丁仁·54)씨는 "일상에 찌들어 살던 주민들에게 북측 응원단의 특별공연은 색다른 볼거리"라며 "밤 늦게 만경봉호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어 응원단이 자는 데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흥분한 일부 시민들이 통제선을 넘어 배 쪽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작은 통일'을 보는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느낌을 전했다.
/부산=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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