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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女 순수한 외모로 南男을 설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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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女 순수한 외모로 南男을 설레게

입력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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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미녀 응원단들이 부산 아시안게임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까이서 보려는 '아저씨 부대'의 극성으로 북한이 출전하는 경기는 연일 매진을 거듭하고 미녀 응원단의 옆 좌석은 경기 시작 1시간전에 이미 동이 나는 등 로얄석으로 급부상했다. '북녀신드롬'이라 할만한 북한 응원단들의 인기는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전통적 속담을 새삼 일깨우면서 북한식 미인의 기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있다.

▶ 서구화하는 북한여성들

지난 8월 서울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한 평양예술단원들의 화사한 미모는 북한내에서도 미의 기준이 서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종래에는 둥그스름한 얼굴형에 통통한 체격을 가진 중키의 여성이 대표적인 북한 미인의 요건이었으나 이젠 좀 더 크고 날씬하면서 얼굴형도 갸름하고 쌍꺼풀 진 눈의 서구형으로 바뀐 것.

예술단원들에 비해 주로 대학생들로 구성된 응원단은 상대적으로 좀 더 동양적인 외모이지만 대부분 외꺼풀대신 쌍꺼풀 눈에 날씬한 몸매, 개방적인 태도를 자랑한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북한에서는 동양적인 외모가 더 평가를 받았다"는 북한출신 여배우 김혜영씨는 "내 경우 165㎝의 큰 키에 비가 오면 코만 젖겠다는 놀림을 당할 정도로 콧날이 오똑해 오히려 콤플렉스를 느꼈다"면서 최근의 서구화 추세에 자신도 놀랐다고 말한다.

올해 초 '북한과 연변 여성의 화장문화 연구'라는 논문을 낸 서울대 소비자학과 이기춘 교수팀은 우리의 미스코리아 선발기준과 비교되는 북한의 기쁨조 선발기준을 소개하면서"서구형 미인의 조건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되고있을 정도로 뿌리깊게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기준은 '갸름한 계란형 얼굴, 162㎝이상의 키, 좌골부터 뒤꿈치까지의 하체길이가 앉은키 보다 5㎝이상 길 것, 귓볼은 뚜렷하되 전체적으로 둥글지 않아야 할 것' 등이다.

탈북자들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90년대 경제난과 식량난 등으로 계층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사회 분위기가 이완되면서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서구 소비문화가 급속히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탈북자들은 또 "평양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비밀리에 귀뚫기와 눈썹문신, 입술윤곽선 문신 등을 해주고 돈을 버는 가내 수공업 형식의 성형술도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북녀들은 정말 아름다운가

서구화의 정도가 미인을 가르는 척도라면 북녀들의 미모는 사실 크게 평가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태평양에서 20년 이상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북한여성들을 여러 차례 직접 대면할 기회를 가졌다는 미용연구팀 왕석구 부장은 "북한여성들의 화장술이 세련됐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의 80년대 수준이다. 가시적이고 도시적인 매력은 사실 남한 여성들이 더 뛰어나다. 다만 이번에 방한한 북한 응원단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앳된 처녀의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크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컨설턴트인 정연아 이미지테크소장은 "북녀신드롬은 100% 다른 체제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심리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획일화된 제복과 화장술, 통통 튀는 반문투의 어법 등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면서 관심을 끌고있다는 평가다.

18세에서 21세 평양 주류층 출신 북한 응원단들의 경우 젊음 특유의 풋풋한 외모와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어하는 태도가 한국 남성들의 억제됐던 마초(남성우월주의) 기질을 자극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패션기획팀장 서정미씨는 "얼마전 한국과 중국, 일본 여성의 이미지를 비교분석하는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한국미인=성형미인'이라는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지않아도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만족을 위해서는 서슴없이 몸에 칼을 대는 한국 여성들에게 주눅든 남성들이 북한 응원단들에게서 좀 촌스럽긴 해도 인공미가 아닌 순수하고 자연 그대로의 '오리지널미인'을 발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북녀 신드롬은 진정한 남남북녀의 확인이라기 보다는 남남들의 고전적 여성미에 대한 향수와 색다른 대상에 대한 호기심에 근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남남북녀의 유래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남부지방에 여자는 북부지방에 잘난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일러오는 말'이라는 무미건조한 해석에 맞닥뜨린다. 과연 이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서울교대 미술학과 조용진 교수는 그 유래를 조선시대 여성관련 풍속사를 다룬 고문헌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라고 말한다. 조선말기 실학자 이능화가 쓴 이 책에서 처음 남남북녀라는 말이 항간에 떠도는 말로 채집돼 등장한다는 것. 조 교수는 "조선시대에는피부가 희고 얼굴이 갸름하며 외꺼풀 눈에 허리가 긴 북방계 여성이 미인으로 평가받은데서 자연스럽게 북녀라는 평을 얻었으며 실제로 북방계들은 바닷가나 강가보다 내륙 산간지방에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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