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세 확장을 겨냥한 정치권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3강 구도를 이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세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틈을 타 활로를 모색하려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주변부의 득실 계산도 부산하다. 정 의원은 2일 한나라당 의원의 영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렀다. 한나라당이 원칙론 수준의 '자민련 연대론'을 흘리고 있는 것도 정 의원의 세확장 차단을 겨냥하고 있다. 몇 달째 계속된 민주당의 내홍 역시 4일 비노·반노 세력의 공식회동으로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한나라당의 복안
한나라당은 당대당 통합 등 역효과를 부를 수 있는 인위적 정계개편에는 회의적이지만 의원 추가 영입 등 외연 확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우리가 나설 입장은 아니지만 대선을 돕겠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며 "탈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물론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누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JP와의 관계 설정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JP와의 연대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JP가 등을 돌려 정 의원을 지지하면 그때 자민련 이탈 세력을 끌어 들이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추석 이후 이 후보의 충청권 지지도가 정 의원을 밑돌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자민련과의 연대는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이날 "구체적 논의나 결정은 없다"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 세력과는 언제든 같이 간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정풍'(鄭風) 변수를 고려, 성급하게 선을 긋지 않는 한편 '적극적 연대론'이 가져 올 비충청 지역의 지지도 하락도 막아 보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진로
친노 세력과 반노·비노 세력의 갈등은 월말 또는 내달 초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도 추이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 가능성이 앞서는 쪽에서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상대편의 투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노 후보측은 이달 들어 정치권의 세력교체를 선언하는 등 민주당을 노 후보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노 후보가 개혁성 등 자기 색채를 강화해 지지도를 되찾는 과정에서 반노·비노 세력이 이탈하거나, 유시민(柳時敏)씨가 추진하는 개혁신당 등 외곽 개혁세력과의 제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노·비노 세력은 노 후보의 지지도가 계속 부진할 경우 월말을 전후해 탈당 등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발(發) 빅뱅은 합종연횡의 가장 큰 변수이다.
■정 의원의 구상
정 의원측은 우선 의원 개별 영입에 힘쓰되 월말 중앙당 창당을 전후해 민주당 내 비노 세력과 손잡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할 계획이다. 개별 영입과 관련, 한나라당내 Y모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정 의원측은 JP, 이인제 의원 등과는 11월 이후 단계적 연대를 이루어 바람몰이의 징검다리로 삼는다는 구상이나 서로의 셈법이 달라 아직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자민련의 선택
JP는 철저한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 의원측이 상대적으로 연대에 적극적이나 전국구 5명을 뺀 지역구 의원 10명 중 1, 2명을 빼고는 한나라당과의 연대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한 의원이 "한나라당과 연대해도 이탈 세력이 거의 없겠지만 정 의원과 연대하면 이탈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힌 데서 JP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JP도 내심 이 후보와의 연대를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정 의원측과 달리 아직 물밑접촉도 없다. 한 측근은 "JP는 대선 막판까지 선택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대선 후보들이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 오면 빅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