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비롯한 미 대표단이 3일 방북함으로써 북한과 미국은 21개월 만에 처음 테이블에 마주앉아 대화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켈리 차관보 일행은 오후에 북측과 예비 접촉을 갖고 협상 상대를 확인하는 한편 회담 일정 및 의제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회담 결과는 5일 미 대표단이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보도진이 동행하지 않은 데다 미 대표단도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워싱턴으로부터 훈령을 받거나 보고를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북측도 미 대표단의 입북 전까지 평양 체류중의 상세한 일정 등에 대해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외교소식통들은 북한과 미국 양측이 회담 첫날을 서로의 의중을 암중모색하는 데 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켈리 차관보의 일정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다. 면담이 이뤄질 경우 그만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과 만남이 이뤄진 뒤 양측 미사일 협상이 급진전됐다.
그러나 방북에 앞서 켈리 차관보가 실무협의 차원이란 점을 강조한 데다 켈리 차관보의 숙소가 초대소가 아닌 호텔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간 사전협의에서 구체적일정은 물론이고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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