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처리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주가가 떨어지고, 처리를 서두른다고 해도 떨어지고… 참 어렵네."2일 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금융·경제재정 담당 장관이 NHK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다케나카 장관의 말처럼 대책 없이 주저앉던 닛케이(日經) 평균 주가가 3일 19년만에 9,000엔대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주가 하락과 예상보다 더딘 일본의 경기회복세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닛케이 주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2기 내각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채권 신속 처리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단기적으로 더욱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실채권 처리에는 경영 상태가 나쁜 은행 국유화와 기업 퇴출이 뒤따르고 고용이 감소하는 등 일시적인 경기후퇴가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반기결산일인 9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닛케이 주가는 지난 3월 말에 비해 14.9%가 떨어졌고, 도쿄 증시 1부 상장종목의 시가총액은 3월 말에 비해 12.4% 감소한 262조4,976억 엔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12개 대형 은행의 주식평가손은 3조5,447억 엔으로 3월 말에 비해 2조2,525억 엔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대형 은행의 보유 주식 평가손익이 제로가 되려면 닛케이 주가는 1만875엔으로 회복돼야 한다.
경기부진으로 새로운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있고 주식평가손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여력은 더욱 줄어 공적자금 투입 등 '외과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부실채권 처리로 경기회복의 불씨가 아예 꺼지지 않도록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 투입이나 대규모 감세 등 디플레이션 대책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부실채권 처리 방침은 선명해진 가운데 경제 재건의 또 다른 축인 디플레이션 대책은 불투명해 증시에 기업 줄도산 등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닛케이 주가 9,000선 붕괴는 부실채권 처리와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일본 경제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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