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보톡스(주름 제거제)'와 같은 '해피 메이커'가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홍수처럼 밀려들면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 및 의료정보전문기업들은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광고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계 및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능력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창엽(金昌燁·42)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이창열(李昌烈·37) 의료포털 '원더풀바디' 대표의 입장을 들어봤다./박은형기자 voice@hk.co.kr
● 찬성
"소비자도 최신 의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
이창열 대표는 "의약분업으로 환자가 처방전을 직접 받으면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한 정보 욕구가 강해졌다"며 "대중광고는 약품과 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질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역시 상품에 대한 정보이자 지식이므로 이를 통해 소비자는 보다 넓은 선택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광고 허용이 가져올 수 있는 소비자의 혼란이나 현혹에 대해 "전문의약품의 경우 결국 의사의 상담을 통해서 환자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약국에서 판매되므로 약물 오·남용 위험이 크게 줄어 광고시장을 열어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시장이 개방을 앞두고 브랜드 파워가 있는 다국적기업이 자금력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규모의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광고를 제한한다는 것은 무역장벽을 만들어 보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국내 제약사들도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기술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며"다른 방식도 있겠지만 광고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보제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열 의료포털 '원더풀바디' 대표
● 반대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다."
김창엽 교수는 "정보의 직접전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등 광고허용은 세계적 추세이지만 우리의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능력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특정 회사의 특정 약품을 광고하기에는 사회적 역량이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직접 광고는 제한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나 시민단체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질환과 필요한 의약품에 상세한 정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등 사회적 인프라가 완비되어 있는 상태"고 말했다.
그는 또 "단골 약사나 주치의와 같이 약품 선택을 도와 줄 수 있는 전문가 채널이 부족하고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소비·공급자로서 환자의 합리적 선택과 판단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 나라 소비자의 경우 합리적 구매보다는 특효에 쏠리는 경험적 구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부 약품에 대한 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되고 유통된다면 균형 잡히지 않은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편익보다는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외국계 제약사서 허용 주장
의약분업 이후 2000년 11월 개정된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감기약,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과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최근 들어 비만·탈모 치료제, 성기능 개선제, 골다공증·우울증 치료제 등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종류의 전문의약품을 출시하면서 TV,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한 제품의 대중 광고를 허용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약사법은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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