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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영도다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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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영도다리의 위기

입력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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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별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도 영도다리는 친숙하다. 많은 사람들이 영도다리가 등장하는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며 전후의 비감을 달랬기 때문이다. '굳세어라…'는 흥남 철수 때 어린 금순이를 잃어버리고 부산에 홀로 온 사내가 그녀의 안부를 걱정하는, 애끊는 노래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 봤다…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처음 부산에 가던 날 영도다리를 찾은 기억도 새롭다.■ 영도다리(영도대교)는 1934년 개통 때부터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길이 215m의 이 다리는 큰 기선이 통과하도록 하루 두 번씩 육지 쪽 상판을 들어올리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도개교였다. 다리는 어디서나 뚜렷한 이정표가 되며, 만남의 상징도 된다. 노래 속 사내가 영도다리를 배회하는 것도 무의식 속에 그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송상욱씨는 "멀리서 볼 때 거대한 영도다리가 들리는 모습은 늘 신비로웠다. 6·25 때 부산 사람과 피난민은 처참한 상황 속에도 치솟는 영도다리를 보며 힘을 얻곤 했다"고 말한다.

■ 영도다리의 오르고 내리는 명물다운 기능은 늘어난 교통량으로 인해 66년부터 중지됐다. 80년에는 그 곁에 부산대교가 나란히 개통되었고, 급기야 2000년부터는 헐릴 위기에 놓였다. 부산에서는 이 다리의 보존과 철거를 놓고 공청회가 열리는 등 논란이 한창이다. 노후화한데다 교통량이 많아 위험하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당국의 입장과, 부산의 큰 상징물이며 문화유산이므로 안전성을 보완하여 보존하자는 문화계 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인사동에서도 2일 '아 어찌 잊으랴! 살리자, 영도다리!'라는 시위가 펼쳐졌다. '영도다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부산팀에 이어 서울팀도 보존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행사에는 여성 사물놀이 '단비'와 시인, 작사가, 작곡가, 시민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단비'를 비롯하여 그들은 모두 영도다리의 추억을 못 잊는 장·노년층이었다. 하지만 영도다리가 어느 연령층이나 지역만의 관심 대상일 수는 없다. 대중에 각인된 상징과 의미가 너무 크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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