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엔 애가 조금만 늦어도 가슴이 떨려 가만있을 수가 없어요."초등 2년생 아들(7)을 둔 박모(38·여·서울 양천구)씨는 3일 "아이가 학교에 있을 시간에도 안절부절못해 정신과 상담까지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무서워서 아이 심부름마저 보내지 못하는 어머니들이 많다"고 전했다.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이후 부모들 사이에 '미아(迷兒)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수업이 파하는 시간이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앞이 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일선 파출소에도 부모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김모(42·서울 구로구·자영업)씨는 "엊그제도 오후 5시면 학원에서 집에 와야 할 딸(9)이 안 와 6시쯤 동네 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다가 휴대폰으로 딸이 친구집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머쓱해 졌다"며 "경찰관도 '요즘 댁 같은 분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상일(李相壹)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동년배 아이를 둔 부모들이 개구리소년 사건에 접하고 충격과 함께 '혹시 우리 아이도…'하는 불안감에 빠져드는 것"이라며 "이런 증후군은 집단적 성격을 띠고 급속히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경호업체 S사(서울 강남구)의 관계자는 "월 200만원씩이나 하는 어린이 경호에 대한 문의가 요즘은 전에 없이 하루에 10건 이상씩 밀려들고 있다"며 "내용도 학교에서의 따돌림이나 집단폭행 방지에서 유괴나 실종을 우려하는 경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K 인터넷몰 대표 김모(37)씨도 "평소 하루 30개에 불과했던 미아방지 목걸이 판매량이 개구리 소년 유골발견 이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위치측정시스템(GPS)을 적용한 휴대폰서비스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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