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입장에서 보면 유엔 안보리는 답답한 존재다. 부시행정부는 무력을 동원해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내몰아야 미국안보를 공고히 하고 테러위험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의회로부터 무력사용 승인 결의안의 통과 합의까지 얻어냈다. 그런데 안보리는 미국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딴죽을 걸려 하고 있다.미국이 안보리에 요구하는 조건은 두 가지다. 우선 무기사찰 대상에 8곳에 흩어져 있는 후세인의 대통령궁 모두를 포함해야 하고, 다음으로 사찰은 이라크에 대해 강력한 무력조치를 규정한 새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런 미국의 요구에 동의하지만,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사찰과 무력제재를 바로 연결하는 새로운 결의안에 부정적이다.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은 이라크와의 협상에서 '기존의 유엔결의안이 보장하는 사찰단의 모든 권리를 이라크가 보장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4년 만에 유엔차원의 대 이라크 무기사찰이 재개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궁에 대한 사찰이 빠졌다며 사찰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불안이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때문에 핵확산방지(NPT)체제가 대단히 불평등한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라크에 대한 사찰도 핵 투명성을 규명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안보리는 이 목표를 위해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분쟁의 해결은 무력보다는 가급적 외교적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 등 다른 상임이사국이 제시하는 2단계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면, 미국은 다소 번거롭지만 이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옳은 길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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