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비유는 화살이지만 젊은 여성에 대한 비유는 꽃이다.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찬사는 미인이지만 꽃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찬사는 미녀가 제격이다. '미인'보다'미녀'에 남자들이 부여한 '여자'가 강하게 배어있기 때문이다.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0대'미녀'들로이루어진 북쪽응원단이 최고인기라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취주악단 150여명, 춤추고 손뼉치고 구호 외치는 예술단 100여명 행적을 보도해대는 기사며 사진을 보면 일단 우습고 다른 한편으로 착잡하며 걱정스럽다.
우스운 이유는 간단하다. 구태의연한 남성시각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언론은 갑자기 응원단 용모를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남쪽지방 사람이 잘 나고 여자는 북쪽지방 사람이 곱다"는 의미의 '남남북녀(南男北女)', 그것을 강조한 '역시 북녀(北女)'라는 말이 응원단 기사제목의 주종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지역별로 사람이 구분될까 의구심이 절로 난다.
28일의 북한과 홍콩의 축구경기에서부터 응원을 시작한 북한응원단을 두고 기자들은 취재노트 따로, 기사작성 따로이다. "미모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북한응원단이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장시간의 여행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 없이 아름다운 노래와 율동으로 열띤 응원을 펼쳐 한국 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식의 스케치기사가 압도적이다. 취주악단원은 인민보안성 여성취주악단원, 예술단원은 각 도 예술단체에서 엄선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취재한 기자들이 그럼, 그 선발응원단이 피곤한 기색을 띠리라고 생각했는가 묻고 싶어진다. 북한미녀 응원단을 보기 위해 남자 관중들이 몰려, 북한팀이 출전하는 경기입장권 매진사태가 일어났다는 기사도 나왔다. '꽃'을 보려는 때문이리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고은 선생 말처럼 아시아경기대회는 생각하면 가슴 뭉클한 대회이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북한이 처음 참가했다. 북한선수, 응원단 보도에서 언론은 화해를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체제가 체제선전을 위해 선발해 보낸, 기쁨조와 다를 바 없는, 기계적인 율동과 인공적인 표정, 진한 화장과 상투적인 질문식 답변의 응원단을 칭찬만 한다면 북한의 체제와 선전방식을 수용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한국 유럽 미국의 응원단은 재학중인 학교를 위한 자발적인 것이거나(http://pubpages/unh.edu/∼lapoulin/) 프로구단을 위한 상업적인 것이지만 북한응원단은 체제적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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