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크라운 호텔 뒤편 카센터 밀집지역. 주한 미군 병장 B씨가 새까만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고물차를 놓고 A카센터 직원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50달러만 깎아요." "90년식 쏘나타는 최소 700달러는 받아야 하는데…."환경오염의 주범이자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폐차 직전의 고물차를 대충 수리해 주한 미군에게 되파는 카센터가 서울 이태원 일대에 난립하고 있으나 관계 당국은 단속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카센터들은 미군들이 짧은 한국 체류기간(1∼2년)에 새차 구입을 꺼리는 점을 이용, 폐차장 등에서 차량을 10만∼20만원씩에 사와 500∼800달러에 되팔고 있다.
A카센터 직원은 "중고차 매매 문의는 하루 10건, 판매는 3, 4건씩 이뤄지고 있다"며 "장성급도 중고차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이 9월 조사한 결과, 주한미군의 사유차량(일명 SOFA차량) 7,050대 가운데 62%인 4,371대가 연식 8년 이상, 13년 이상 된 차량도 846대에 달했다.
고물차 일색이다 보니 주한 미군 차량들은 다량의 배기가스 배출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7월초 용산 일대에서 무작위로 미군사용 차량 5대를 골라 배기가스를 측정한 결과, 군용차 1대를 제외한 SOFA차량 4대가 국내 차량이라면 운행정지에 해당될 정도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주한미군 차량 관련 교통사고는 2000년 323건, 지난해 372건, 올 상반기에만 200건으로 올해는 400건이 넘어설 전망이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林奇相) 대표는 "국내법에는 SOFA차량에 대한 검사가 제외돼 있고 미군측은 형식적인 검사만 하고 있어 대부분의 주한미군 차량들은 '굴러다니는 오염덩어리'"라며 "우리의 환경과 교통안전을 위해 판매부터 등록까지 국내 차량에 버금가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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