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40%가 되면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여성부와 국제 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시스티 콜레 그룬달(57) 노르웨이 부스커루드 주지사(전 국회의장)는 1일 이화여대에서 '여성과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갖고 "세계 여성 정치인들의 수적 증가가 정치에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있다"며 "정치 패턴의 혁신을 위해 각국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매우 절실하다"고 했다. 그룬달 주지사는 한명숙 여성부 장관을 면담하고 국회와 청와대 등을 방문한 뒤 5일 출국한다.86년 교육부 장관을 지낸 그룬달 주지사는 9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년 임기의 국회의장직을 연임했다. 노르웨이는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이 30∼40%에 이르는 대표적인 여권 강국. 노동당 등 좌파 정당을 중심으로 80년대 초부터 당내 남녀 동수 공천제를 철저하게 운영해 왔고 78년 제정된 성평등법에 따라 성차별 민원을 해결하는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교 교사였던 그는 72년 로이켄시 시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두 딸을 맡아 줄 보육시설을 찾고 있었는데, 터무니없이 부족하더군요.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시장을 찾아갔는데'시설의 추가 설립은 불가능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당신이 직접 정치를 해라'라고 했어요."77년 노동당 로이켄시 지구당 부위원장이 된 후 전국구로 의회에 진출했다.
의회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으로 선출됐기에 '능력을 의문시'하는 동료 남성 의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2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남들이 5분이면 읽는 신문을 아예 외워버릴 정도로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의장직을 수행하면서는 기존 의정활동 패턴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가사와 정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회의 시간을 정확히 지키도록 했지요. 이제는 남녀 의원 모두 정확한 귀가 시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여성 정치인의 수적 증가는 기존의 정치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남성 정치인들은 경제, 국방 등 과거의 이슈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은 복지, 교육, 평화, 환경 등 사회적 영역에서 소외된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민주적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여성의 정치활동과 관련 "지금은 노르웨이의 50년대 수준과 유사한 것 같지만 선구자들의 노력이 다음 세대의 혜택으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교수(얼스터대)인 남편의 내조가 있었다. "딸이 처음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제 자리를 대신해 주었습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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