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임스 켈리 특사가 오늘 북한에 들어간다. 북한 지도부를 지극히 불신하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취임 후 첫 특사다. 북한과 부시 행정부 사이에 20여개월 만에 처음으로 본격 접촉이 이뤄지는 것이다. 미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포괄적 대책마련을 위해 윌리엄 페리 조정관을 특사로 보냈다. 최근 북한을 찾은 미국의 비중있는 인사로는 지미 카터 전대통령과 매드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이 있지만 특사는 아니었다.■ 켈리 특사의 입북을 보면서 지난 4월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였던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 통일특보의 방북을 생각해 본다. 임 특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첫 특사였다. 임 특사 이전에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휴전선을 넘은 남한의 고위인사는 많았지만 모두가 밀사였다. 임 특사는 일정을 하루 연장해가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 공동보도문을 이끌어 내는 등 교착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일정부분 숨통을 텄다.
■ 북한이 켈리 특사에게 미국이 요구하는 핵 투명성과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등 핵심쟁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강도가 매우 강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특사 파견을 알리면서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수사다.
■ 켈리 특사의 파견이 임 특사 때처럼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 회의감을 증폭시켜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미국의 대북 요구수위로 볼 때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북한이 이라크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줄 책임은 김정일 위원장의 몫이다. 김 위원장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차별성을 보여야만 켈리 특사의 파견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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