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이 지난 두 중견스타가 아침 드라마를 빛내고 있다. 1980년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관록의 연기를 펼쳤던 김보연과 금보라가 그들이다.김보연(45)은 SBS '얼음꽃'(이희명 극본·김영섭 연출)에서 친정에 얹혀사는 푼수로, 금보라(41)는 MBC '황금마차'(최윤정 극본·배한천 연출)에서 친정 생계를 떠맡은 카페 주인으로 나와 웃음꽃을 던지고 있다.
'얼음꽃'에서의 김보연은 시원시원하기 이를 데 없는 유제분 역을 맡았다. 김영란과 티격태격하며 중견 감초 연기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중. 괄괄한 성격에 솔직담백해 수술비를 못 구해 애를 태우는 가정부 조순임(박주아)에게 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한다. 같이 집안에 얹혀사는 최도란(김영란)과 주고받는 설전은 드라마의 활력소. "내가 이모(김영란) 얄미워서라도 이 집에서 챙길 거 다 챙길 거야. 목욕탕 가서 기껏 정신 수양했는데 건드리고 있어." 조카가 아침 식사로 먹는 우유를 냉큼 먹어치우고는 "아침도 안 주는데 어떻게 해"라며 떼를 쓰거나 "남자들이 돈 많은 처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김영란의 약을 돋구는 등 김보연의 일거수 일투족은 웃음을 자아낸다.
'황금마차'의 황민자 역으로 나오는 금보라도 이에 못지 않다. '황금마차'는 황순정(엄지원) 황유정(임지은) 두 이복 자매 사이의 갈등을 축으로 전개되는 드라마.
금보라는 여기에서 두 자매의 고모로 나온다. 친정에 더부살이 하러 들어 왔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혀 생활비를 대고 있다. 푼수이기는 하지만 입바른 소리도 잘한다.
방송사 엑스트라로 일하는 아들이 감기약 CF에 엑스트라로 나오게 되자 "아니 이렇게 황홀할 데가. 아들아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어"라고 떠벌이는 모습은 익살스럽다. 집안에서 쉬쉬하는 이야기를 떠벌리기도 하고, 이복 자매의 깊이 파인 골을 웃음으로 메우는 역할을 하는 등 병주고 약주는 캐릭터. "카페에 손님도 통 없고, 우리 대성이 매니저나 따라다닐까봐" 푸념을 하는 모습이 정답다. 친숙한 고모 또는 이모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들에게 희생도 하지만 그 덕도 한 번 보겠다는 실리적이고 직선적인 캐릭터"라는 게 금보라의 설명이다.
이들 중견스타들은 가족 관계와 삼각 관계가 얽히고 설켜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아침 드라마에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북돋고,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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