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도 시청률도 거의 과열 수준이다.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장형일)의 열기가 뜨겁다. 시청률조사 전문기관 닐슨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시청률은 3주째 1위, 인터넷에는 400개가 넘는 '야인시대' 관련 팬클럽이 생겼다. 그러나 거의 매회 조폭과 건달들의 패싸움과 욕설이 난무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1일 방송분 시청률은 무려 48.3%. 김두한(안재모)과 신마적(최철호)의 화려한 격투기로 시작, 다음 주 김두한 패거리와 일본 야쿠자의 패싸움을 예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48.3%는 올해 역대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인 KBS 1TV 사극 '태조 왕건' 마지막회(48.4%·2월24일 방송)와 0.1%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나는 수치.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1일 33.4%)와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주문형 비디오(VOD) 동시 접속자 수도 10만 명을 돌파했다. 9월24일 VOD를 동시에 보려는 네티즌 수가 SBS 역대 최고인 '명랑소녀 성공기'(5만 명)를 2배 이상 뛰어넘은 것. SBS는 이용자가 갑자기 몰려들면서 서버가 다운될 것을 우려, 25일 새벽 일시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
네티즌들의 '야인시대' 사랑도 놀랍다. 2일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만 '야인시대' 관련 카페가 400개를 넘어섰다. 드라마 줄거리와 사진 등을 제공하는 '야인시대' 카페에는 4만5,154명, 극중 쌍칼로 인기를 끈 영화배우 박준규의 팬클럽인 '준규아찌'에는 1,801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문제는 거의 매회 반복되는 화끈한 격투 장면과 폭력 미화. 주먹 다짐과 발차기는 기본이고 칼부림까지 등장했다. 9월24일에는 항아리와 칼로 사람을 내려치는 장면, 31일에는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장면이 방송됐다. "쓰벌"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같은 언어의 폭력성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조선 주먹들의 폭력은 종로를 차지하려는 일본 야쿠자에 맞서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논리까지 스며들었다. "독립운동은 만주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인공 김두한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여기에 조폭을 '상명하복과 의리를 중시하는 남자들의 모임'으로, 건달들을 '상인들을 싸움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정당한 세금을 걷는 무리'로 묘사해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김태현 경실련 미디어워치 부장은 "폭력은 방송사가 시청률을 위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히든 카드"라며 "시대적 배경을 빌미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폭력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TV드라마에서 폭력의 일상화는 절대 간과할 수 없다"며 "시청률 지상주의를 뛰어넘는 제작진의 용단과 이 같은 폭력성을 규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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