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통해 주식시장에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다. 또 고용보험료 인하 등으로 기금의 국민 부담이 총 7,100억원 줄어들고, 기금수지 흑자는 올해의 2배를 넘는 1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47개 기금의 총 운용 규모는 159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4%(15조원) 늘었다.
▶내년 기금운용안 특징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금과 예산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는 것. 기금과 예산의 중복 지원에 따른 낭비가 적지 않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기업지원 장애인특별운송사업 등 국가의 고유 기능에 해당하는 사업은 기금에서 예산으로 전환했고, 에이즈(AIDS) 예방 협동조합 유통 활성화 등은 기금으로 일원화했다.
지출 규모에 맞춰 수입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처의 쌈짓돈'이라는 오명을 씻어냄과 동시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금 수지의 흑자기조를 정착시키는데도 역점을 뒀다. 고용안정보험료(임금총액의 0.3% →0.15%) 실업급여보험료(1.0% →0.9%) 산재보험료(1.49% →1.35%) 임금채권보장부담금(0.05% →0.03%) 등 기금의 각종 보험료 인하로 국민 부담은 총 7,100억원 가량 줄어든다. 기금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 8조4,000억원에서 올해 5조3,000억원으로 줄었지만 내년에는 11조6,0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난다.
▶주식시장 떠받친다
정부가 집계한 내년 기금의 여유자금 운용규모는 56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9.1%나 증가했다. 이중 주식 매입은 올해 2조3,000억원에서 내년 4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 연기금 주식투자 잔액이 올해 말 5조원 수준에서 내년 말 9조4,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수익증권을 통한 간접 투자(1조원 이상)를 감안할 경우 총 6조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주식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채권투자도 올해 23조원대에서 내년 37조원대로 급증한다. 국채 매입이 11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7% 늘어나는데 그치는 반면, 회사채 등 국채 이외의 채권 매입은 26조2,000억원으로 90.7%나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각종 기금들이 내년에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채워주는 중요한 자금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도 많다
전체 운용규모의 27%를 점하는 국민연금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전체 기금수지가 11조6,000억원 흑자라지만 국민연금(17조9,000억원 흑자)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금의 수지는 오히려 6조3,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제외할 경우 기금 수지가 건전하지 못하다"며 "국민연금 역시 조만간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올해(1,186억원)의 2배를 넘는 2,562억원에 달해 사행성을 조장하고 소득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지적도 받는다. 온라인 복권(Lotto)이 첫 선을 보이는 것을 비롯해 주택복권, 기술복권, 기업복권 등 각종 기존 복권들도 내년 수입을 크게 늘려 잡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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