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언니라고 현 희가 금메달을 양보한 것 같아요."1일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펜싱 에페 결승에서 후배 현 희(26·경기도 체육회)를 15―14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한 김희정(27·충남도청)은 오랜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대회 전까지만해도 올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현 희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지만 김희정은 8년이나 국가대표를 지낸 여자 에페의 대들보였다. 1995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으로 샛별로 떠오른 김희정은 99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동메달, 올 2월 오스트리아 월드컵 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에서 탈락, 큰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도자의 길을 생각할 때도 됐지만 우승후 "승부의 짜릿함 때문에 선수생활을 아직은 그만두기 싫다"고 말하는 김희정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은 준결승전. 중국의 왼손잡이 다크호스 리나(21)를 맞이한 김희정은 마지막 3세트에서 10초를 남기고 6―8로 뒤지며 위기를 맞았다. 자신보다 5㎝ 나 큰 리나(178㎝)에게 거리를 주지 말고 공격하라는 이상기 코치의 지시를 곱씹은 김희정은 4초 사이에 연속으로 2번 리나의 왼팔을 찔러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김희정은 결국 연장 37초만에 되받아치기로 득점에 성공,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남자 사브르에서도 신예 이승원(21·화성시청)이 중국의 왕징지를 15―8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두홍(29·동양시멘트)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펜싱은 이날까지 한국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6개가운데 3개를 획득하고 은 4, 동 2개를 수확 효자종목으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부산=이왕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