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부경대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역도 53㎏급에 출전한 북한 리성희(24·사진)의 관심사는 금메달 획득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전 그가 제출한 인상과 용상의 1차시기 합계 도전중량은 220㎏. 2000 시드니올림픽 58㎏급서 은메달을 획득했을 때와 똑같았다. 이번대회를 앞두고 강도높은 체력훈련으로 5㎏가량 감량 53㎏으로 체급을 낮춘 그는 사실상 세계신기록 수립이 목표임을 내비쳤다.'기록 제조기'라 불리는 리성희의 괴력은 명성 그대로였다. 인상 1차시기서 97.5㎏을 가볍게 들어올린후 3차시기서 양시아(중국)가 2000시드니올림픽때 작성했던 세계기록을 2.5㎏ 경신한 102.5㎏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성희는 용상에서도 세계기록에 도전했다. 2000년 오사카 아시아선수권서 58㎏급 용상 세계기록(131.5㎏)을 작성한 그는 1차시기에서 53㎏급 세계기록(125㎏)에 불과 2.5㎏모자란 122.5㎏을 가볍게 들어올려 또하나의 세계기록이 기대됐다.
2차시기 도전중량은 인상, 용상,합계에서 세계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울수 있는 127.5㎏. 세계기록을 목전에 둔 그는 2,3차시기에서 잇따라 무게중심을 잃는 바람에 아깝게 기록경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리성희는 합계에서 양시아의 세계기록(225㎏)과 타이를 이뤘다.
/부산=이준택기자 nagne@hk.co.kr
1일 북한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긴 리성희는 경기 후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금메달은 내 개인의 몫이 아니라 조국, 인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기록을 능가하려 애썼다"며 타이기록에 그친 아쉬움을 나타낸 그는 체중 감량을 위한 훈련에 대해서는 "감량도 기술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리성희는 남측의 열렬한 응원에 대해 "같은 민족 같은 겨레의 목소리라 더욱 힘이 났다"고 대답했다.
인민학교(초등학교)때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리성희는 고등중학교 입학 후 교사의 권유로 바벨을 잡았다. 153㎝의 단신이지만 96년 17세의 나이로 국제무대 데뷔전인 제9회 아시아여자역도선수권 54㎏급에 출전, 두각을 나타냈다. 이듬해 압록강체육선수단에 입단한 리성희는 박혜정감독을 처음 만났고 이만남이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박감독의 과학적인 지도를 받은후 승승장구하며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99년 그리스세계선수권, 2000년 오사카 아시아선수권서 용상 세계기록만 3차례 경신한 그는 휴식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시드니올림픽서 2위에 그쳤지만 58㎏급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가 53㎏으로 체급을 낮춘만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무난히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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