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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의문점/"자기앞수표"로 인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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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의문점/"자기앞수표"로 인출 왜?

입력
200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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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 인출경위를 둘러싸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4,000억원에 달하는 당좌한도 전액을 대출승인이 난 당일에, 그것도 당좌수표도 아닌 자기앞수표로 빼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일 금융당국의 확인결과 현대상선은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2000년 6월 7일 당좌대월 승인이 난 직후 당좌대월 한도(4,000억원) 전액을 산업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자기앞수표로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들은 "무언가 다급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3개월 만기의 당좌대월 한도를 단 하루 만에 소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업들의 통상적 당좌거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과 유사한 당좌대출은 그때 그때의 일시적 자금부족을 메우기 위한 '안전장치'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재무계획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대출승인과 동시에 전액을 빼내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얘기다.

더구나 상황이 그 정도로 다급했다면 굳이 자기앞수표로 바꿀 이유도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통상 은행과 당좌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당좌한도 내에서 당좌수표를 발행, 약속어음처럼 자유롭게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당좌수표를 이용한 대금결제는 업계의 일반적 관행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해명대로 계열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했다면 이미 한도(4,000억원)가 부여된 만큼 번거롭게 산업은행 영업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당좌수표로 계열사에 지급해도 무방하다는 것. 또한 은행 전산망을 통해 산업은행 당좌대월 계좌에서 계열사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손쉬운 방법도 있었다. 이처럼 여러 경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현찰과 다름없는 자기앞수표로 4,000억원 전액을 바꿔간 배경이 의심스럽다.

은행 관계자는 "자기앞수표로 교환하려면 장당 수백원씩의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왜 번거로운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며 "정황상 자금의 사용처를 감추기 위해 1차적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밖에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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