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연일 폭락세를 거듭해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지수가 사상 최저치에 접근한데다 전망 또한 극히 불투명해 '코스닥 대탈출'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1996년 개장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이라는 분석이다.폭락 장세는 일차적으로 미국 증시의 부진 탓이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 일변도다. 이들은 92년 증시 개방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고, 기관 투자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수세가 실종된 상태에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전형적인 약세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일단 증시의 수급 균형이 깨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상황을 외부 여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시중에 넘치는 자금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데도 증시가 고전하는 것은 내부 요인 때문이다. 잇따른 주가조작사건과 대주주의 불공정 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식 각종 작전이 횡행하는 판에 안심하고 참여할 투자자가 누가 있겠는가. 이번 주가 폭락 사태는 불법 변칙 거래가 난무하는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과 불신이 초래한 자업자득의 성격이 짙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증시가 무너지면 그 파문은 엄청나다. 개인들의 파산은 물론이고 기업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증시의 수급 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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