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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떠난다 돛단배를 타고

입력
200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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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배가 물 위를 달린다. 아니 미끄러진다. 팽팽한 돛이 바람을 담는 소리만을 낼 뿐, 엔진 등 기계장치의 소음이 일체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속도는 빠르다.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이다. 색다른 경험이다.코리아나호는 국내 유일의 범선(帆船)이다. 기계가 만든 동력이 아닌 바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물론 요트라고 불리는 작은 범선은 많다. 그러나 코리아나호는 일단 덩치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핀란드에서 건조된 이 범선은 길이 41m, 너비 6.6m, 깊이 2.9m, 무게 99톤의 초대형 범선이다. 세일(돛)을 다는 마스트의 높이가 33m로 웬만한 다리는 지나가기 어렵다. 근거리를 항해할 때에는 200명이 탑승할 수 있고, 45개의 선실이 있어 90명까지 원양항해가 가능하다.

물론 비싸다. 세일 하나의 가격만 2,000만원을 호가하고, 세일을 묶는 밧줄을 교체하려 해도 2,000만원이 든다. 밧줄을 묶는 자그마한 기계장치인 윈치의 단가가 500만원. 마스트 하나에 4개씩 모두 16개의 윈치가 설치돼 있다. 전체적으로 100억원에 상당하는 가격이다. '물 위에 떠있는 돈덩어리'다. 돈덩어리를 타고 전남 여수시 인근의 한려수도로 나섰다.

코리아나호가 정박하는 장소는 소호요트장. 항구를 떠날 때에는 동력을 이용한다. 바람을 이용하면서도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 20분 정도 바다로 나왔을 때, 기관장의 명령이 터져 나온다. "돛을 올려라." 가장 앞에 있는 마스트에 4∼5명의 장정이 매달린다. 코리아요트스쿨에 소속된 국가대표와 준국가대표 요트선수들이다. 숙련된 동작이지만 워낙 돛이 크다 보니 4개를 모두 올리는 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돛을 핀 범선은 서서히 바람의 방향을 읽는다. 배 맨 앞에 새로운 돛이 하나 더 펴진다. 제노아라는 색다른 돛이다. 다른 돛은 아래에서 위로 펴는데 반해 제노아는 두꺼운 줄에 돌돌 말려 있어 옆으로 펴진다. 제노아가 풍선처럼 부풀어지며 바람을 담자 범선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소리가 멈춘다.

목적지는 사도이다. '한려수도 속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다. 모두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년에 한두번씩 물이 빠지면 섬이 모두 연결된다. 최근에는 공룡발자국이 많이 발견돼 '남해의 쥐라기공원'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바람을 제대로 받자 배는 포말을 일으키며 속도를 낸다. 그리고 바람에 밀려 옆으로 기운다. 일순간 공포감이 온다. 선원들이 안심을 시킨다. 배 아래 부분이 무거운 납으로 되어있어 기울기는 해도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심이 되니 스릴이 있다. 물보라가 배 위까지 몰아친다.

사도의 아름다움이 돌연 눈앞에 펼쳐진다. 장군바위, 용미암, 동굴바위, 그리고 자그마한 사도해수욕장 등 절경이 펼쳐진다. 배 위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엔진의 흔들림이 없어 좋다. 동승한 사람들도 돛과 사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선상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메뉴는 도시락. 비록 도시락이지만 전라도 지역의 만만치 않은 음식솜씨가 녹아있다. 돈덩어리 배 위에서 맛보는 남도의 토속적인 음식. 역시 독특한 경험이다.

/여수=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범선 여행상품

초대 민선 여천시장을 지낸 정채호 코리아요트스쿨 교장이 소유하고 있는 코리아나호는 지금까지 일반인이 승선할 수 없었다. 국제 요트, 범선대회에 출전하거나, 영화·CF 등의 촬영장소 등으로만 사용됐다. 순천의 여행사 투어포스트(061-723-9119)와 수도권에 기반을 둔 (주)감동이있는여행(02-2614-6735)이 함께 범선 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범선 승선과 인근 관광지를 연계한 1박3일, 2박3일 등 두 가지.

1박3일 상품은 기도터로 유명한 향일암의 일출과 함께 한다. 금요일 밤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출발한다. 새벽 5시에 여수 향일암 도착해 일출을 보고 아침식사 후 범선 승선장소로 이동한다. 오전 9시 30분 소호요트장을 출발해 사도로 향한다. 운이 좋으면 사도에서 물갈라짐 현상도 볼 수 있다. 점심식사는 코리아나호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배에서 내리면 조계산 선암사를 둘러본 뒤, 순천로얄관광호텔에서 1박을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지리산 연곡사와 단풍이 아름다운 피아골에 들른다. 11일부터 매주 금요일 출발. 객실에 따라 1인당 16만5,000∼17만5,000원.

2박3일 상품은 사도가 아닌 거문도와 백도로 향하는 여정이다. 첫날은 순천로얄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지만 둘째날은 거문도에 배를 대고 배에서 잠을 잔다. 선상에선 바비큐 파티 등이 벌어진다. 18일과 11월 15일 두 차례 출발한다. 객실에 따라 1인당 23만5,000∼2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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