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하락이냐, 반등이냐.' 한국 증시가 기로에 섰다. 10월 첫 거래일을 맞은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세계증시 동반폭락 소식에 장 초반 8.61포인트 하락 출발하며 연중최저치를 경신했지만, 정부의 증시 안정대책과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 전형적인 전약후강(前弱後强) 장세.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소폭 늘어나 시장을 짓눌렀던 심리적 공황상태는 다소 벗어난 느낌이다. 코스닥시장도 초반 1.15포인트 하락한 45.56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이후 시장 안정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47선을 회복했다.
▶당분간 방향성 점치기 힘든 안개장세
전문가들은 섣불리 바닥을 확신하거나 상승 전환을 점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쏟아진 증권사들의 10월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에서도 조심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연구원은 "미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일정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증폭되고 있는 것이 세계증시가 신저점을 만들고 있는 원인"이라며 "국내증시도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기존보다 8.3%하락하면서 이익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아직 바닥권 통과에 대한 징후가 미약하다"며 "반등 때마다 현금비중을 늘려 앞으로 재매수에 나설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630선 지지 여부가 향후 장세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30선 지지 여부가 분수령
630선이 왜 중요할까. 교보증권은 지수 630선은 2000년 10월 이후 1년여에 걸쳐 형성했던 중장기박스권(460∼630선)의 상단부이자, 지난해 11월 이후 가시화한 상승추세대(630∼950선)의 하단부에 속하는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만일 지수가 630선 밑으로 추락한다면 과거 박스권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으로,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시작된 국내 실물경제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조차 부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증권도 10월 지지선을 620∼630선으로 설정했다. 대우증권은 "현재로선 10% 이상 추가하락할 것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한국 경제의 차별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재정금융정책 여지, 중국 수출 급신장,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설비 투자, 비교적 견조한 민간소비 등이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미국경기 회복의 지연, 중동긴장 고조 등의 이유를 들어 630선 지지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수가 급락하면서 '악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반등논리가 등장하고 있지만, 이라크전쟁은 측정하기 어려운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고 세계적인 경기회복 지연도 현재진행형"이라며 "단기적 차원에서 현금비중을 늘려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낙폭과대 우량주 단기대응을
전문가들은 일단 기술적 반등을 이용한 단기대응에 치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기술적 지표들이 과매도권에 진입함에 따라 자율 반등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해외시장의 부담감이 지속되고 있어 반등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지금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뉴욕증시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들이 장세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해소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회복국면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당분간 내재가치 이상으로 하락한 종목들 위주로 단기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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