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명소에는 항상 사람이 몰려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관광버스의 매연과 소음, 취한 관광객의 막무가내 행동 등으로 모처럼의 나들이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관광공사는 번잡한 유명 단풍 관광지가 아닌 한가로운 단풍길을 추천했다.■명지산(경기 가평군 북면)
명지산은 경기 가평군 북면과 하면을 경계로 솟아있는 산이다. 해발 1,267m로 경기도에서는 두번째로 높다. 생태보존지역 및 군립공원으로 지정돼 식생이 다양하고 보존도 잘돼있다. 특히 등산로를 따라 펼쳐진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다. 계곡은 곳곳에 암반과 폭포를 만들어 놓아 강원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에 비교되기도 한다. 계곡물과 어울린 명지단풍은 가평8경중 제4경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등산은 익근리 마을에서 시작해 승천사를 지나 계곡을 타고 정상에 오른 뒤, 1199봉, 1250봉을 거쳐 상판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6시간 정도. 단풍이 물드는 11월말까지 백둔리 허수아비마을에서는 허수아비축제가 펼쳐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산행을 하려면 가평읍에서 익근리행 오전 8시40분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가평군 문화관광과 (031)582-0088, 가평버스터미널 582-2308
■가리산과 용소계곡(강원 홍천군 두촌면)
강원 홍천과 춘천의 경계에 있다. 먼 발치에서 보면 우뚝 서있는 모습이 위압적이지만 해발 1,051m로 그리 높지 않다. 날카로운 3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부를 제외하면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특히 정상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 소양호가 발 아래 내려다 보인다.
가리산자연휴양림(033-435-603)도 조성되어 있다. 휴양림 산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여유있는 산행을 즐기는 것이 좋다. 휴양림까지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는 것이 흠.
가리산 인근의 용소계곡은 물줄기를 따라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기며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 산행이 번거로운 여행객들에게 제격이다.
두촌면소재지의 경수마을에서 수태마을까지 3㎞ 정도의 호젓한 아스팔트길이 간단한 트레킹에는 제격이다. 호젓한 시골마을과 단풍의 색깔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홍천군청 경제관광과 (033)430-2544
■추월산(전남 담양군 용면)
이름 그대로 가을산이자 달빛산이다. 가을이면 남정네를 유혹하는 화사한 여인처럼 모습을 바꾸는 산이다. 731m로 낮은 산에 속하지만 호남정맥의 산답게 많은 땀을 요구하는 산이다.
산행코스는 관리사무소에서 출발해 2코스를 타고 올라가 1코스로 내려오는 원점회귀방식이 일반적이다.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추월산 등산요령은 자주 쉬는 것. 물론 힘이 든 것도 이유겠지만 쉬면서 돌아보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비옥한 남도의 평야가 남쪽으로 펼쳐져 있고 단풍빛을 머금은 담양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추월산 산행의 보너스가 있다면 담양호 드라이브다. 담양댐에서 시작해 추월산 관리사무소를 지나 용연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넘실대는 호수의 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가을 드라이브를 약속한다. 대중교통으로는 담양이나 광주터미널에서 추월산행 시외버스가 하루 12회 출발한다. 추월산 관리사무소 (061)380-3568
■적상산(전북 무주군 적상면)
적상산은 '빨간 치마를 두른산'이다. 물론 가을 단풍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한국백경의 하나로 꼽히는 이 산은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암벽을 타고 유난히 빨간 단풍나무가 많다. 최고봉인 해발 1,034m의 기봉을 위시해 향로봉, 천일폭포, 송대폭포, 장도바위, 장군바위 등 수많은 명소를 품고 있다. 고려의 최영 장군이 쌓았다는 적상산성, 고려 충렬왕 3년에 월인화상이 창건했다는 안국사 등 볼만한 유적도 많다.
서창마을에서 출발하는 서창코스가 인기. 장도바위-안국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로 4시간이 소요된다. 9부 능선의 안국사까지 차를 이용해 오르는 길도 있다. 무주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낸 15㎞의 포장도로로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의 단풍 나들이길로 최적이다. 안국사에 차를 세우고 약 20분 정도 험하지 않은 산길을 걸으면 향로봉이다. 무주읍에서 버스를 탈 경우 적상(서창코스 입구)까지 15분이면 닿는다. 무주 관광안내소 (063)322-2905
■문경새재(경북 문경시 문경읍)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새재는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에서 가장 높은 고개였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고 해서 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옆으로 이화령이 개척되고 이제는 이화령을 관통하는 터널까지 생기면서 완전히 옛길이 됐다. 지금은 사극 촬영장이나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트레킹 코스는 제1관문에서 시작해 제3관문까지 간 뒤 되돌아오는 것이 일반적. 4시간 30분이 걸린다. 포장은 되어 있지 않지만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다. 길 양쪽을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심어져 있다. 조령원터, 교구장터, 팔왕폭포 등 길 주변에 늘어서 있는 유적과 명소를 구경하며 가족들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에 좋다. 산행 욕심이 난다면 제1관문 옆으로 난 주흘산 산행로로 접어들면 된다. 문경읍에서 새재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 (054)571-0709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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