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는 필요에 의해서 계획된 것이 아니다. 인천시 부평에 있는 굴포천 일대에 홍수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서해로 물길을 만들어 비가 올 때 물을 인천 앞바다로 빼내기 위한 방수로가 계획됐었다. 이 굴포천 방수로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정부에서 운하계획을 들고 나왔다.경인운하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낭만적인 운하와는 전혀 다르다. 운하 저폭만도 100m에 이르고, 운하를 따라서 신공항 고속도로와 신공항 철도가 놓이게 된다. 즉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운하가 되는 것이다.
경인운하를 통해 수송될 물동량도 경제성이 전혀 없다. 건교부는 주요 수송물로 자동차, 컨테이너, 철강, 바다모래를 들고 있다. 이중 자동차 비중이 가장 큰데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는 경인운하를 통해 운송될 자동차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경인운하 예산 7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인운하의 경제성 재평가를 실시하고있다. 같은 정부기관 내에서도 추진부서인 건설교통부를 제외하고는 운하 사업 타당성을 불신하고 있다. 환경부 또한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세 차례나 반려했고,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미 굴포천 주변의 홍수예방 대책은 굴포천 임시방수로와 그동안 시행된 치수사업, 하수관거 정비에 의해 해결됐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해 운하를 건설해야 할 경제적 타당성도 없다. KDI가 실시한 경제성 재평가는 8월 발표 예정이었으나 건교부는 이를 9월로 연기하더니 이제는 그 시기도 밝히지 않고 있다. 공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업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자 이 결과를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제성 재평가 결과는 즉각 공개돼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환경피해만을 유발할 뿐인 경인운하 계획을 백지화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혜경/인천환경운동연합(www.inchon.kfem.or.kr)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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