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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현장/한강 자전거도로 "사람 잡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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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현장/한강 자전거도로 "사람 잡겠네"

입력
200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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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강바람을 거스르며 풀 내음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 서울에서 몇 안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의 요람이자 조깅, 자전거족의 천국. 한강 변을 따라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둔치 자전거 도로다. 하지만 이곳은 언제부턴가 주말, 휴일이면 수만 명 인파가 몰려들어 심각한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라인 스케이터들이 이용하는 도로는 크고 작은 사고 위험까지 상존한다. 인라인 스케이트 애호가인 독자 김현수(33·회사원)씨와 함께 스케이트로 여의도 지구에서 잠실 지구까지 달려봤다.

■울퉁불퉁 요철에, 곳곳이 S자 곡선

여의도에서 출발한 일행은 아스콘이 깔린 자전거 도로 위를 거침없이 내달린다. 비둘기 떼가 푸드득 날아오르고 풀 내음이 자욱하다. 인라인 피트니스(도로위를 질주하는 기술) 연마에 이보다 좋은 길이 또 있을까.

하지만 63빌딩 뒷편을 돌아 한강 철교쪽으로 향하자 갑자기 난코스가 등장한다. 도로가 90도로 꺾이며 S자를 그리는데다 30도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한다. 게다가 변곡점엔 도로보다 족히 10㎝는 꺼져 내려간 대형 하수관 철판 덮개가 놓여 있다. 웬만한 숙련자가 아니면 넘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

문제는 휴일이면 꼬리에 꼬리를 문 자전거에 조깅족으로 붐비는 이곳에서의 낙상이 곧장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 김씨는 휴일 이곳에 올 때마다 충돌 사고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여의도 기점 4㎞지점. S자로 꺾인 급경사 내리막길이 또 나타났다. 이번엔 한강 추락을 막기위해 설치해놓은 쇠줄 난간 마저 없다. 자칫 속도를 못 줄이면 그대로 강으로 추락할 판이다. 초보자인 기자는 주행을 포기하고 아예 스케이트를 벗어야 했다. 다른 초보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초보자들이 잡고 내려올 수 있는 난간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스케이트 바퀴가 쑥쑥 빠지는 맨홀 틈과 파헤쳐진 도로가 곳곳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잠실까지 가는 1시간 여 동안 적어도 30곳 이상의 '함정 아닌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세심한 정성만 더해져도

반포 지구쯤 갔을까. 뒤쪽에서 오토바이 한대가 놀랄 겨를도 없이 스쳐 지나갔다. 한강 변 낚시꾼들에게 자장면을 나르는 음식점 오토바이다. 엄연히 오토바이 주행이 금지돼 있지만 한강관리사업소의 청원경찰에게는 단속권한이 없다. 법대로 하자면 이들을 경찰에 넘겨야 하지만 그런 경우도 거의 없다. 동행한 김씨는 "요철 맨홀, S자 도로, 오토바이가 이곳의 3대 위험요소"라며 주행기를 총정리했다.

한강관리사업소측은 최근 내년 말까지 53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 변 자전거 도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겠다고까지 했다.

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곳이 더 좋은 시설로 거듭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라인 스케이터 김씨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막대한 예산이 아니라고 말한다. "맨홀 뚜껑에 고무판이라도 덮어주고 내리막길에 손잡이를 달아주는 조그마한 정성만 있어도 이 곳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손색 없는 자전거도로가 될 수 있는데…." 동행한 기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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