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김석수(金碩洙) 총리서리에 대한 첫날 인사청문회는 장상(張裳) 장대환(張大煥) 전 총리서리 때와는 달리 특별한 긴장감이 감돌지 않았다. 앞의 두 서리에 비해 김 서리의 재산 형성 과정이나 도덕성에 비교적 흠결이 적었던 편이라는 의원들의 인식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본격적 대선 준비를 앞두고 있어서 의원들의 청문회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한 요인이었다.김 서리는 "서민이 볼 때는 재산이 많은 편으로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충고를 고맙게 받아 들이겠다" 는 등 진솔한 어법과 낮은 자세로 청문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김 서리는 삼성전자 사외 이사 재직시 실권주를 받은 데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받았는데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며 결과적으로 떳떳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반면 경남 하동 땅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등기를 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또 의원들이 재산 규모를 문제삼자 "집 사람이 아파트를 17년간 한번도 고치지 않았고, 시집 올 때 가져온 장롱을 아직도 쓰고 있다"며 검소한 생활 습관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녀들에 대한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자기가 번 돈은 저금하고, 내가 준 용돈은 챙기고, 박사 과정 등록금도 달라고 했다"며 "요즘에는 다들 그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시아버지 체면을 세우려면 며느리에게도 주어야 한다"는 말로 청문회장에 웃음이 터졌다. 병으로 병역이 면제된 장남과 관련, "속을 많이 썩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금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장남의 병역 문제는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병역 신경전을 자극했다. 민주당 배기운(裵奇雲) 의원은 "어느 당 대통령후보의 경우 아들의 불법 병역 면제 의혹이 있는 가운데…"라는 식으로 은근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끌어 들였다. 이에 한나라당 이승철(李承哲)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대선을 겨냥한 선전장으로 삼으려는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맞받았다.
김 지명자를 상대로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을 따지는 엉뚱한 공방전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대북 비밀지원설의 진실을 밝힐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반면 민주당 배기운 의원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총리로서 햇볕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유도성 질문을 던졌다. 김 서리는 "현 시점에서 그 문제를 이유로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소신을 섞어 답변했다.
김 서리를 수행한 총리실 직원들도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국회 내의 각 언론사 방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여론의 반응을 살폈던 앞의 두 인사청문회 때와는 달리 이날은 청문회 진행과정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한 관계자는 "솔직한 답변 태도가 의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 것 같다"며 "이번에는 무난히 인준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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