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립공원 계곡 가운데 수질이 가장 깨끗한 곳은 북한산 송추·정릉계곡과 지리산 유평 계곡 등이며 혼탁한 곳은 속리산 법주사, 계룡산 갑사계곡 등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결과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합동으로 지난해와 올해 4차례에 걸친 15개 국립공원 81개 계곡에 대한 수질 측정 조사 결과(평균치)를 통해 밝혀졌다.
■북한산이 최고 명경지수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산 계곡 대부분이 최고의 청정 수질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송추계곡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단위 ppm)은 지난해 2차 조사 때 0.2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측정에서 모두 0.1로 평균 0.13을 나타냈다. 간단한 여과 과정을 거친 뒤 그대로 마실 수 있는 1급수 기준(1이하)을 가뿐히 통과했다.
정릉·우이계곡 역시 0.25와 0.28을 각각 기록하는 등 북한산의 수질은 지리산·설악산 등 전통의 명산(名山)을 압도했다. 전체 국립공원 평균 오염도는 0.7로 나타났다.
북한산 계곡들은 또 부유물질량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돼 물고기조차 살기 힘든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자랑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북한산의 경우 계곡 깊숙이 위치한 음식점 등 대부분의 오염원은 이미 철거됐다"며 "남은 업소의 오폐수 역시 직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직접 운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리산 골마다 천차만별
지리산은 깊고 많은 골 만큼이나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관광객과 등산객이 많이 찾고 음식점 등 오염원이 몰려있는 뱀사골·달궁계곡은 0.93과 1.10을 기록해 1급수에 턱걸이하거나 아예 2급수로 전락했다. 현재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는 음식점 113개 등을 비롯한 오염시설 415개가 들어서 있다.
반면 유평·문수·백무동 계곡 등은 0.4∼0.6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계룡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동학사 계곡은 최상급 수질을 보였으나 갑사 계곡은 2급수로 전락하는 등 골짜기마다 판이했다. 계룡산 국립공원은 면적은 작지만 식당 등 오염시설(573개소)은 지리산을 넘어섰다.
■속리산 오염 심하다
속리산 법주사 앞 지점은 1·3차 조사에서 각각 5.2와 4.3(1∼4차 평균은 3.08)이라는 충격적인 오염도를 기록했다. 한강은 물론 낙동강 수질보다 떨어지는 3급수다.
속리산은 비슷한 면적의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한곳도 없는 호텔 등 숙박업소가 무려 39개가 성업하는 등 오염원 밀도가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주사 지구를 수용할 하수처리장 조성 공사를 서두르는 등 수질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내장산·변산반도 역시 국립공원 명성에 걸맞지 않은 수질상태를 보였다. 단풍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내장산의 내장천과 변산반도 거석천계곡은 팔당호 상류 수준의 2급수에 지나지 않았다.
남한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설악산은 백담계곡이 가장 맑았으며, 오색·설악동계곡 등은 국립공원 평균치를 기록했다. 치악·소백산·주왕산 국립공원의 주요 계곡들은 꾸준히 1급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해 현재 전국 국립공원 내 수질오염원은 모두 2만5,686개소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일반건축물이 2만3,695개로 가장 많았으며 식품접객업소(1,262개), 숙박업소(412개), 사찰(285개), 군부대(32개) 등의 순이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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