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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 낸 김종광/"사회속 개인, 입담으로 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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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 낸 김종광/"사회속 개인, 입담으로 풀고 싶어"

입력
200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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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으로 강한 주목을 받은 신예 작가의 두번째 작품집은 각별하게 기대된다. 그 재기가 얼마나 익었는지, 작가의 문제 의식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처음 작품보다도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된다. 김종광(31)씨의 첫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은 "이문구표 코믹스와 견줄 만하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충청도 사투리로 능청스럽게 풀어놓는 입담이 여간 아니었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도 빠지지 않았다.김씨가 두번째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창작과비평사 발행)를 펴냈다. 단편 9편이 묶인 것이다. 그의 타고난 입담은 더욱 유쾌하게 흘러넘치고, 맨살로 부대끼는 체험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표제작 '모내기 블루스'가 그렇다. 도회지의 술집 처녀 서해가 서른 여섯살 농촌 총각 대춘을 따라 시골로 왔다. 대춘의 부모는 드디어 며느리를 보나 싶어 설레는데, 서해는 "대춘 오빠가 일당 삼만원씩 쳐준다고 했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품삯을 받고 모내기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이 맹랑한 도시 처녀가 하는 품이 제법 기특하다. 금방이라도 허리가 넘어갈 듯 한데도 몇 시간씩 모도 심고 모판도 씻는다. 막걸리를 걸치고 휘청거리면서도 '땜빵'(기계가 심지 않고 지나쳐 버린 자리에 모를 서너 포기씩 심어주는 일)을 하겠다고 덤벼든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와선 단란주점 시절 손님들 시중들며 갈고 닦은 솜씨로 대춘 부모를 즐겁게 한다.

평론가 서경석씨는 이 단편을 두고 "김종광 소설이 기층 정서를 적절히 드러내는 감칠맛 나는 문체로 인해 쉽게 읽힌다는 평가에 값하는, 그의 작품 세계의 원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고향에서 '땜빵'을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는, 작가의 농촌 체험과 질펀하고 의뭉스런 문체가 능숙하게 어우러졌다. 안골마을 친목회 장면을 묘사한 단편 '윷을 던져라'에서도 구수한 말잔치는 신나게 펼쳐진다. 이 이야기판의 화제란 것이 구제역 파동, 연대보증 때문에 떠안게 된 빚 같은 비참한 농촌 현실이다.

그런데 김씨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 몇 개의 단편은 그런 심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에서 작가는 '71년생 90학번'이라는 자신의 한 정체성을 짚어본다. 천하에 다시 없는 음치 인관이는 1981년에 애국가 시험을 앞두고 산에 가서 고래고래 노래를 질러야 했다. 1990년에 인관이는 집회와 시위에 곧잘 나가고, 술자리에서 그 못하는 노래를 불러대 동기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대학생이 되었다. IMF가 몰아친 1998년 인관이는 상사의 술시중을 들기 위해 들어간 노래방에서 '골목길' 1절만 부르고 마이크를 빼앗겼다. 서른 즈음의 젊은이들이 걸어왔을 법한 이 길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다소 거칠다.

김씨는 "사실 요즘엔 문예지 마감에 쫓겨서 겨우겨우 쓰기도 하고, 예전처럼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도 된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김소진의 사회에 대한 성찰과 성석제의 홀린 듯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닮고 싶다"는 젊은 작가는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소설이 사회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인터뷰 중 말을 흐리곤 하던 김씨는 이 질문에 명료하게 답했다. "나는 '개인은 사회 속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사회 속의 개인을 형상화하고 싶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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