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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 돌아오다/MBC "현정아…"로 브라운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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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 돌아오다/MBC "현정아…"로 브라운관 복귀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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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32)이 돌아왔다. SBS의 '메디컬센터' 이후 1년 만이다.영화 데뷔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MBC 16부작 미니 시리즈 '현정아 사랑해'(연출 안판석·극본 정유경)의 주연으로 9월 30일부터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광화문에서 4회 분을 촬영 중인 그를 만났다.

"감독님의 실력을 믿고 하는 거예요."

다시 방송을 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마음은 언제나 영화지만, 1년 반 전부터 안판석(41) PD와 굳게 한 약속이란다.

"서로 호흡이 맞는 사람이 있지요. 무엇보다 감독님의 실력을 믿고 하는 거예요. 친분 때문만이 아니에요. 안 감독님과 함께 하면 내 연기가 내 의도대로 나와요". 안 PD는 "서로 당연히 같이 해야 한다는 마음이 이심전심"이 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감우성의 머리 모양에서 로맨틱 코미디인 드라마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굴곡이 져 목까지 내려온 파마 머리다. "대본을 읽고나서 재벌 3세이면서 동시에 백수 건달의 느낌이 나게 하려고 했어요. 주인공 역의 김범수는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대기업 경영을 이어 받는 재벌 3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보통 사람의 삶을 궁금해 하는 구석이 있어요. 깔끔한 공무원 머리를 하고 다니면 상대방 여배우가 보기에도 설득력이 없죠. 워낙 제가 귀공자처럼 생겨서 그걸 흐트러뜨리려고 해요." '귀공자'라는 말을 눈도 한 번 깜빡하지 않고 태연하게 내뱉는다. 코디네이터들이 음료수를 사 오자 "진행비 아끼라"며 농담을 던진다. 이런 유머 감각이 '현정아 사랑해'에 넘실댈 듯하다.

화실도 걷어치우고, 10년 동안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다가 매니저도 두고, 담배도 끊고 오직 드라마에만 몰입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적 드문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환상에 가끔 빠지기는 하지만 촬영 전날 대본이 나오는 숨가쁜 방송 생활을 이제는 즐길 정도가 되었다. "예전보다 여유가 생겨 웃음이 나오죠. 촬영 10분 전에 대본 나와도 할 수 있다는 기분이에요."

"소재는 진부하지만 스타일은 신선해요."

무엇보다 '현정아 사랑해'의 탄탄한 대본이 마음에 들었다. "정답은 대본이에요. 좋은 대사에서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거니까요. 제가 받아본 어느 영화 시나리오보다 재미있어요."

기존 멜로 드라마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한다. "멜로 치고 삼각관계 아닌 게 어디 있어요. 요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그것을 소상하게 다룬 게 매력이에요." 판에 박힌 인물 설정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사건 위주로 전개된다는 귀띔이다.

"이보다 더 망가질 순 없어요."

연기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꺼낼 생각이란다. 요즘 재벌 3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상상, 또 상상해본다.

"끊임없는 상상력을 발휘해 디테일을 깊이 있게 하는 게" 연기의 관건이라고 믿는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맡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재벌 3세가 평범한 독립 프로덕션 방송사에서 일하는 현정(김민선)이라는 여자에게 빠져든다는 설정이죠." 지난 12년 동안 지적이고, 부드럽고, 얌전한 이미지로 비쳤지만 이 작품에서는 '충분히 망가지는 걸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처참하게 망가집니다. 두고 보면 아세요."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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