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으로 끌려간 남편을 도와달라던 아내에게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1974년 기도회에서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은 고문으로 조작됐다"고 발언, 같은 해 12월 강제 추방됐던 조지 오글(73·한국명 오명걸) 목사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날의 아픔이 아직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인권문제연구소가 수여하는 제5회 인권상 수상식 참석차 방한한 오글 목사는 "한국은 안보를 핑계로 오랫동안 인권을 희생한 아픔을 겪었다"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을 지속해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60년부터 인천 도시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일해온 오글 목사는 제임스 시노트(73·한국명 진필세) 신부와 함께 70년대 대표적인 외국인 민주화 인사로 꼽힌다. 스스로는 "기도밖에 하지 못했다"고 괴로워하지만 독재시절 그 '기도'의 대가는 컸다. 인혁당 재건위 조작 발언 직후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17시간 밤새 조사를 받으며 '공산주의자라는 것을 자백하라'는 갖은 회유와 협박을 당했고 이를 거부하자 강제추방 당했다.
그는 최근 미국 한인들이 고통스러웠던 한국역사를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을 소재로 '20세기 한국의 이야기(How Long, O Lord-Stories of Twentieth Century Korea)'라는 역사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날 인권상은 최근 의문사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활동하는 등 인권 변호사로 명성을 쌓아온 이덕우(45) 변호사도 함께 수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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