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정지용(1902∼?·사진)의 시 '그리워'가 발굴됐다.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문학사상' 10월호에 실린 특집 '정지용 시세계의 뿌리 탐색'에서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정지용의 시 '그리워'를 공개했다.이 작품은 정지용이 고향의식을 표현한 시 '향수'와 '고향' '옛이야기 구절' 등의 원천이 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새롭게 발굴된 시 '그리워'는 1992년 평양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펴낸 '1920년대 시선'에 실렸다. 최동호 교수는 "이 작품은 출전이 분명하지 않지만, 그 내용을 확인해 보면 정지용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최교수는 특히 이 작품이 32년 7월 발표한 시 '고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인다면서, "마지막 제3연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고향은 없어/ 진종일 진종일 언덕길 헤매다 가네'는 '고향'의 첫 연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에서 변용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압축과 변형에서 정지용의 시적 자질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최동호 교수는 '정지용 시어 사전'을 준비하다가 5월 '1920년대 아동문학전집' (평양문학예술종합출판사 발행)에서 정지용의 동시 '굴뚝새'를 발견했으며 이어서 시 '그리워'를 발굴, 공개하게 됐다.
한편 최 교수는 원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지용전집'(민음사 발행)에 실린 시 '파충류 동물'과 '우리나라 여인들은'이 잘못 수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충류동물'의 경우 공화(公花)라는 시인이 '학조' 창간호에 실은 시 '바나나'가 뒤쪽에 삽입됐고, '우리나라 여인들은'은 1928년 '조선지광'에 발표했던 것으로 작품의 후반부 17행부터 38행까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최교수는 '문학사상' 특집에서 일부 학술지에 소개됐던 정지용의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영문과 졸업논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있어서의 상상력'을 소개하면서 "초기 정지용에게는 동시적 감각과 서구 모더니즘 감각, 그리고 시조 시편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감각 등이 공존했는데…일련의 작품에 블레이크의 영향이 미쳤다 "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그리워
정지용
그리워 그리워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어디러뇨
동녘에 피어있는 들국화 웃어주는데
마음은 어디고 붙일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보노라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옛 추억
가슴아픈 그 추억 더듬지 말자
내 가슴엔 그리움이 있고
나의 웃음도 년륜에 사겨졌나니
내 그것만 가지고 가노라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고향은 없어
진종일 진종일 언덕길 헤매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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