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 전문조사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중순까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7.2%, 전국적으로는 19.7% 상승했다고 한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진정시키고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올 3월, 5월에 이어 8월에도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사후약방문 격으로 내놓았다. 이러한 대증요법적 단기처방 대응책을 비웃듯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강북과 신도시, 수도권 등으로 확산되자 지난달 4일에는 양도세비과세 요건 강화, 재산세 과세표준 상향조정 등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시장 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9·4 부동산시장 종합대책 역시 단기간 특정지역의 부동산이나 거래에는 영향을 미칠지 몰라도 부동산 거품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에는 크게 미흡함은 불을 보듯 뻔하다.지난 30여년간 성장제일주의 개발연대를 되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열풍을 체험하였으며 그 원인은 잘못된 재산 관련 세제도 아니며 허술한 청약제도에 기인한 것도 아니었다. 가장 근본 원인은 바로 과잉 유동성에 있었음을 많은 연구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의 경우에도 공통적인 현상임에는 예외가 없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중반 방만한 금융·재정정책을 장기간 지속한 결과 경제 전반에 거품이 확산, 심화했다. 그 단적인 예로 지가는 86∼90년 5년간 3배로 상승했다. 이같은 거품현상 심화과정에서 기업과 금융기관도 과다한 생산설비와 부동산투자 확대에 주력함으로써 경제체질이 크게 약화했다. 거품현상이 심화하기 이전, 조기에 거품을 터뜨려 주는데 소홀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경기부양책 등을 통해 규제와 보호체제를 지속한 결과 경기침체의 근원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경제에 발생한 거품은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거품을 조기에 터뜨리지 못한 대가로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에 직면하였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거품이 최대로 커지기 전에 미리 터뜨려 주는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여기에 정책당국의 진정한 역할이 존재한다.
미국경제는 91년 이후 10여년간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는 80년, 82년 ,90년 3번의 불황을 경험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기 거품제거 노력이 성공적으로 달성된 결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앙집권화한 막강한 힘을 갖고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누리고 있는 FRB의 성공적인 조타수 역할이 장기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였다. 최근 미국 경제가 IT산업의 예상 밖의 더딘 회복 등으로 일시적 경기후퇴를 경험하고 있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미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FRB를 신뢰하는 다수 경제학자들은 만약 거품이 싹트기 시작하면 더 커지기 전에 중앙은행이 터뜨려 줄 것을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한국은행의 위상강화가 시급함은 물론이다.
거품을 줄이는 첫 단추는 과잉 유동성을 서서히 해소하는 용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과잉 유동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 가계대출 부실화 등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다. 어떤 정책이든 모든 경제주체를 골고루 만족시킬 묘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품의 제거 없는 과잉유동성은 결국은 인플레와 명목이자율 상승 등으로 연결되어 중·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덕될게 없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는 장기적으로 신용불량 가계를 양산할 뿐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간 안정적 성장은 이들 거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초과유동성 제거를 기반으로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길뿐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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