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 공작원 출신 180여명이 지난 일요일 서울 영등포역 앞 도로를 점거 농성한 사태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자신들을 육군첩보부대(HID) 북파공작 설악동지회 소속이라 밝힌 이들은 자신들의 실체인정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1시간 여 도심 한복판에서 LP가스 통에 불을 붙이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의 시위양상은 무법천지를 방불케 했다. 오죽했으면 그렇게라도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했겠느냐는 측은함도 없지 않지만, 이런 불법행위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부터 지휘부가 깨닫기 바란다. 시위대나 경찰, 쌍방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다. 거듭 지적하지만 폭력적 방법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자세는 버려야 할 구습이다.
북파 공작원 문제는 우리사회의 아킬레스건 같은 존재다. 정부는 시종일관 이들의 존재자체를 부인한다. 대북관계에서 제기될 미묘한 파장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시인하면서 KAL기 폭파사건도 사실상 간접 인정했다. 아직도 아웅산 사건 등 냉전시대 저질렀던 많은 도발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파 공작원 문제 등 우리측의 문제가 상쇄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파 공작원문제는 지난 2000년 10월3일 국회에서 그 실체가 공개된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출신의 전쟁고아, 넝마주이, 빈농 및 도시빈민 등 소외계층이 주류였고, 휴전직후부터 70년대 까지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물의를 빚었던 71년의 '실미도 사건'도 양성 중이던 북파 공작원들이 인권유린사태를 빌미로 일으킨 난동이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언제까지 이들의 존재를 부인할 것인가. 남북간 신뢰회복 차원에서 이들의 존재인정과 보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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