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9월 27∼29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는 또 한 명의 슈퍼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렸다. 주인공은 '스위트 홈 앨라배마 (Sweet Home Alabama)'의 리즈 위더스푼. 이미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그는 새 영화 '스위트…'가 성룡의 '러시아워'가 세웠던 9월 개봉작 중 최고흥행기록을 경신하는 대성공으로 할리우드의 일급 배우 리그 입성을 선포했다.뉴욕에서 톱 디자이너로 성공한 앨라배마 출신의 여주인공이 뉴욕 시장 아들과 결혼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다 실수로 결혼한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옥신각신, 결국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줄거리의 영화. 전형적인 이야기에 연출력도 돋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코미디물이다. 그런데도 영화를 수준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리즈 위더스푼의 스타파워다. 영화는 척 들어맞는 스타 캐스팅 하나가 영화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 '금발이 너무해'에서 멍청해 보이는 금발의 법대생으로 나왔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과 거의 똑같은 똑똑한 금발의 디자이너로 빅히트, '금발…'의 성공이 요행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100% 리즈 위더스푼의 영화'라고 할만한 이 영화의 마케팅 역시 포스터에 리즈의 웃는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가득채우거나 '금발…'에서처럼 그의 늘씬한 전신사진을 싣는 식이었다. 그는 이제 톰 크루즈나 줄리아 로버츠처럼 영화 하나를 짊어지고 나가는 슈퍼 스타로 격상했다. 물론 출연료도 껑충 뛰어 '금발이 너무해' 속편에서는 1,500만달러의 특급 출연료를 받는다.
올해 26세의 이 여배우는 사실 연기력 하나로 차근차근 슈퍼스타까지 오른 드문 케이스. 내시빌 출신으로 14세에 할리우드에 왔으니 벌써 연기 경력이 만 12년. 여느 슈퍼 스타들처럼 어린 나이에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됐거나 한눈에 반할 정도의 엄청나게 빼어난 미모도 아니다. TV와 영화를 오가던 그는 '크루얼 인텐션' '플레전트빌'에서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똑부러지는 연기로 스스로를 각인시켰고 평론가가 극찬한 영화 '일렉션'에서 코믹하면서도 극성스런 악역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며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코믹 연기를 인정 받았다.
21세의 나이에 배우 라이언 필립과 결혼, 세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그의 과제는 앞으로 얼마나 훌륭한 영화를 선택하느냐하는 것.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의 공포 영화 주인공역을 사절한 뒤 성공한 리즈지만 비슷한 코미디에만 계속 출연한다면 어렵게 입성한 슈퍼스타 리그의 자리가 보존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정/재미영화프로듀서·filmp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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