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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 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北공연단이 본 개막식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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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 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北공연단이 본 개막식 공연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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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체조는 역시 북이 최고지."29일 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개막식 식후 행사를 지켜본 북측 응원단의 한 단원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아리랑 집단체조 한번 보라우. 10만명이 1명 같이 움직여. 남측이 그것에는 못 따라가지. 비디오 구해서 꼭 한번 보라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10만이 넘는 대규모 인원의 일사불란한 집단공연으로 유명한 북한의 인사들에겐 5,000여명이 동원돼 40여분동안 펼쳐진 이날의 개막 공연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북한 인사들의 강한 자존심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또 다른 응원단원은 특전사 비룡부대 장병 800명이 선보인 태권도 시범에 대해 "그건 태권도가 아니여"라며 잘라 말했다. 그는 "북의 무술을 제대로 한번 보여줘야 하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북측 응원단의 공식 반응은 한결같이 "남측이 준비를 많이 해 즐겁게 봤다"는 식이었다.

식후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250여명의 북한 응원단이 보인 모습 역시 '즐겁게 봤다'는 반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단 입장 때 인공기를 흔들며 열렬하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충격을 받은 듯 찬물을 덮어쓴 것처럼 조용했다. 화려한 레이저쇼, 흥겨운 난타공연과 퍼레이드에 축포가 터지고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관중들은 탄성을 터뜨리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북한 응원단만은 시종 숨을 죽이고 있었다.

국제대회를 많이 경험한 북측 임원진과 달리 남녘 땅을 처음 밟은 북한 응원단에겐 개막식 공연은 남쪽과의 첫번째 문화적 충돌이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원의 절제된 동작으로 완벽성을 추구하면서 정치적 색채가 강한 북한의 집단체조와 달리, 화려한 쇼와 음악으로 이뤄지는 남측의 자유 분방한 문화 공연에 북한 응원단원들이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응원단은 부산 도착 첫날인 28일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펼쳐진 남한의 환영공연 때도 유진 박의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에 대해 "정신이 없다. 북조선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호기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회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그랜드호텔 환영공연으로 난타 공연을 제의했을 때 북측이 너무 자본주의적이라며 거절했지만 일단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반응이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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