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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민영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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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민영화의 두 얼굴

입력
200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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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밤만 되면 촛불을 켠 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도심 전역에 정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전기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해 온 캘리포니아 주는 순식간에 빙하기를 맞은 남극으로 변했다. 화려한 불빛이 명멸하던 시내 중심가는 아프리카의 오지처럼 적막에 잠겼다. 감기환자가 속출했고, 저항력이 약한 노인들과 아이들의 병원 행이 러시를 이뤘다.■ 캘리포니아를 강타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는 천연가스 공급업체의 가격 조작 농간 때문이었다. 미국 최대 천연가스 공급 업체 엘 파소는 제 멋대로 공급량을 21%나 줄였다. 자연히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민영 발전소들은 연료인 천연가스 값이 갑자기 뛰어 채산이 맞지 않게 되자 전력요금을 3∼4배씩 올렸다. 그래도 적자가 계속되자 급기야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업자의 농간에 캘리포니아 주민들만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미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조사결과 엘 파소는 가스 공급을 줄여 1년간 2억달러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 캘리포니아 전력 대란은 돈벌이에 눈이 먼 민간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서 비롯된 셈이다. 에너지와 전력이라는 국가 기간 산업을 민간 기업에 넘기면서 생긴 공기업 민영화의 어두운 측면이다. 민영화를 앞둔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마구잡이 임금 인상 돈 잔치가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전이 지난해 5개 발전자회사 직원들에게 지출한 돈은 임금 외에 전력수당, 특별성과급과 전적위로금 등 1,112억원에 달했다. 발전자회사 순이익의 20%에 해당하는 돈이다. 인상률은 정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6%)의 5배를 웃돈다.

■ 임금이 많이 오르면 기업비용이 늘어나고 순익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발전 자회사를 인수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매수 이익은 줄어들고 기업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전력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셈이다. 행여 한전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돈 잔치를 벌였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집단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의 미래는 뻔하다. 결과야 어떻든 당장 문제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민영화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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