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저(59) 전 영국 총리가 같은 당 여성 각료와 4년 동안 불륜 관계에 빠졌다는 사실이 폭로돼 영국이 떠들썩하다.대처 내각 시절 보건부장관(1986∼88)을 지낸 에드위나 커리(56)는 28일 84년부터 4년 간 메이저 전 총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담은 커리의 일기는 곧 더 타임스지에 연재될 예정이다.
당시 초선의원으로 기혼자였던 커리는 "우리의 관계는 84년 메이저가 보수당 원내총무 시절부터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다음해인 88년까지 지속됐다"며 "그가 총리가 된 90년대에도 그를 사랑했지만 당시 나는 그의 잊혀진 여인이었다"고 고백했다. 관계가 이어졌던 4년 간 메이저는 사회보장부 차관(85∼86), 사회보장부 장관(86), 재무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메이저의 마키아벨리적 성향 등 은밀한 내용까지 공개한 커리는 최근 발행된 메이저의 자서전에 자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폭로가 복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스캔들이 폭로되자 메이저는 "내 생애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일로 그간 이 일이 공개될까봐 두려웠다"고 시인한 뒤 "아내인 노마도 이 일을 오래 전에 알고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번 스캔들이 영국인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커리 전 장관이 현재 소설가, 방송 진행자로 활동 중인 여성 명사라는 점이다. 리버풀 출신으로 옥스퍼드대와 런던정치경제대에서 철학, 정치학 등을 전공한 커리는 버밍엄 시의원과 보수당의원(83∼97)을 지낸 뒤 현재 BBC 라디오 프로그램과 TV쇼를 진행 중이다. 그는 94년부터 의회 의원들의 정사와 배신을 그린 '의회의 정사' 등 베스트 셀러 소설 6권을 내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폭로가 메이저 총리 재직(90∼97) 중에 나왔더라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었다"며 스캔들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언론들은 '전통가치로의 회귀'를 주창했던 메이저 전 총리의 역사적 평가가 이번 일로 달라질 것이라며 그의 위선을 꼬집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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