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한 투자자가 전화를 했다. "코스닥기업 A사가 연말 배당률 50%라고 공시했는데 지금 주가가 5만원 이니까 배당투자를 하면 주당 2만5,000원이 굴러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문의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배당률은 시가가 아닌 액면가 기준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게다가 코스닥기업 대부분은 액면가가 500원에 불과하다. 배당률 50%라고 해봤자 배당금은 주당 250원에 불과하다.
연말이 다가오는 주식시장에서 배당이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증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주식투자기반 확대를 위해 '시가 배당 활성화'를 밀고 나오면서 배당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매년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의 주식은 증시 하락에도 아랑곳 않고 벌써 많이 올랐다. 투자자들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경기흐름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팔아 손해를 보기 보다는, 최소한 은행 금리 이상의 배당만이라도 주는 기업의 주식을 사두고 연말에 배당금을 타고, 장이 좋으면 주가상승으로 시세차익도 올리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계산을 하고있다.
▶배당주 띄워 주가 살린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12월말까지만 해당 기업 주식을 사두면 연말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배당을 반영한 주가상승세가 일찍 나타나기 때문에 9월부터 배당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호전돼 배당 여력이 높아지고 정부가 시가배당을 적극 권장하는 만큼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낸 만큼 주주들이 배당확대 요구 압력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 조사결과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올 상반기 386개 상장사들이 21조1,581억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갖고 있어 이를 모두 현금배당할 경우 이들 기업의 배당 수익률은 10.09%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동 혜인 신라교역 삼영무역 등 15곳은 이미 배당수익률이 100%를 넘는 고배당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최대 기업으로 상반기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3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현 주가 33만3,000원을 감안하면 6.36%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정부가 배당지수를 도입하고 시가배당을 권장하는 등 증시 안팎의 배당투자 여건이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며 "최근 주식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들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점차 사라질 경우 배당금과 시세차익을 한꺼번에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흐름 잘 지켜봐야
배당투자를 한다고 해서 증시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매수한 종목의 배당수익률이 8%인데 주가는 연말에 10%이상 하락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배당 기준일 이후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배당투자의 가장 큰 약점. 실제 고배당종목은 연말 연초에 다른 종목에 비해 상승탄력이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당을 받은 뒤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배당투자도 기업실적에 근거해야 한다. 종목선정 때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만 찾기 보다 실적 개선 여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실적이 좋으면 배당을 할 여력이 많아지고 주가 하락 우려도 적은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배당기준일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최근 3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255개 기업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5.0%를 기록,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8.6%)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기업은 고수익성, 높은 현금창출능력, 기업투명성, 주주중시 등에서 우수한 기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고, 배당률도 높았던 종목 중 실적이 호전된 우량종목을 골라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시가배당제란
기업이 배당을 얼마나 하는지를 액면가가 아닌 시가(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나타내도록 하는 제도. 주가가 5만원인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에 주당 1,000원을 배당할 경우 액면가를 기준으로 배당률은 20%나 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배당수익률은 2%에 그친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배당수익률이다. 11월말 A회사 주식을 5만원에 사서 한달간 갖고 있다가 연말 배당(수익률 2%)을 받은 뒤 5만원에 팔았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배당이익률 2%를 연간으로 환산한 24%이다. 금리가 낮을 때는 주가가 많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목돈을 두달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배당투자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시가배당제는 이처럼 은행 금리와 주식투자 수익률을 정확히 비교해 투자 판단을 하도록 도와준다.
어떤 종목이 배당투자 유망할까
우리증권 송창근 연구원은 상장기업 554개 중 21.4%(119개)가 향후 3개월 정기예금 금리(연 4.6%)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높았던 회사는 미래와사람(17%), 신대양제지(13.6%), 센추리(12.9%), 혜인(12.8%), S-Oil(10.4%) 등이었다. 우선주도 고려할 만하다.우선주는 주총에 참석해 표를 던지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률이 높다. 키움닷컴증권은 2년연속 배당 종목가운데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희성전선, S-Oil, 한진중공업, 백광소재, SK가스 등 20개 종목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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