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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화합의 한마당 다대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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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화합의 한마당 다대포항

입력
200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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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2월3일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서는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반잠수정이 해안침투를 시도했다가 아군에 발견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유명한 '다대포 무장공비 침투사건'이다.당시 공동묘지터 앞으로 불과 20여 채 가옥만 있던 한적한 그 마을이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해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은 당시 밤새 하늘을 대낮처럼 밝히던 조명탄 불빛과 총성, 포성, 그리고 이튿날 목격한 시신 등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대포항 몰운대 유원지 관리인 윤순택(尹順澤·68)씨는 "아직도 관광객들 중에는 북한 간첩선이 침투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런 다대포항에 29일 낮 전날에 이어 수천 명 부산 시민들이 아이들 손목을 붙잡고 가족소풍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네다."

시민들은 만경봉호 뱃전에 누군가 눈에 띌 때마다 소리 높여 인사를 건넸고, 북한인들도 배 위에서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시원하게 답례를 했다. 만경봉호가 닻을 내린 부두와 경찰통제선 사이는 70∼80m나 되는 먼 거리였지만 이미 이곳에 남북한간 마음의 간격 따위는 없었다.

한국전쟁 때 평남 진남포를 떠나왔다는 한명희(韓明姬·53)씨는 "배가 도착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와봤다"며 "저들을 보면 웬지 고향사람들 같아 마음이 찡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3년생 하지영(河智榮·14)양은 "북한 응원단 언니들이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며 "직접 만나서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어보고도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남북 대결시대의 아픈 역사로 상처 입었던 다대포항이 20년 만에 남북 화합의 상징적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 주민은 "다대포 항구에서 펼쳐지는 남북한 사람들 간의 훈훈한 감정의 교류 만으로도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사회부 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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